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5. 12:23
멀리 길이 하나 보입니다. 익숙한 듯 하지만 풍경은 낯설어그런 풍경에 석연찮은 내가 견디어낼까 궁금한 길입니다. 그런 석연찮은 눈길로 요즘 내가 사는 풍경을 그려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약간의 광기로 얼빠진듯이 한심스럽게 살았으면 합니다. 무엇인가 빈 구석이 있어 정리되지 않는 그런 나였으면 합니다. 뚝뚝 부러지는 내가 심히 유감스러워서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쌓아 올린 세월을 쉽게 허물어트리지 못합니다. 그런 기억 저편에 묻어둔 풍경 하나 다가섭니다. 그 기억의 풍경엔 턱걸이를 지질이도 못하던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잘하는 철봉놀이 하나 있습니다. 거꾸로 메달리는 놀이지요. 거꾸로 메달려 보는 세상의 색다른 맛은 그에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메달려 보는 세상의 출구는 근거를 ..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5. 12:17
사는 일이 다 그렇고 그런데.. 나는 옷을 하나 입는데도 그렇다. 나는 내 구름다리 가리는 줄무늬가 좋다고 했다. 하지만 그대는 꽃무늬가 좋다고 했다. 궁시렁 투덜.. 한번 웃어주면 그뿐인데... 사실 나는 겉치례의 허망에 빠지기 싫다. 덧없는 말의 바다에 빠지기도 싫다. 사는 것은 그냥 웃는 것인데 그래 그냥 웃자! 얼마냐 좋으냐 넘기는 웃음들이... 때론 가슴을 넘기는 거품 같은 웃음들 그렇고, 때론 가슴을 적당히 채우는 웃음들 그렇다. 짧은 미소의 쓰디 쓴 웃음도 그렇고 천천히 젖어드는 확실한 엷은 미소도 그렇다. 허망 하다면 허망한 웃음들 하지만 한껏 진탕 웃고 후회의 뒷끝도 없이 늘 나의 길로 이끌어 보내주는 웃음들 그래 그 웃음을 잃지 말자.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5. 11:59
정직하게 사는 것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다. 그런 가치로 사는지 스스로를 생각할 때면 작은 일에는 분명 정직하게 살아 간다. 하지만 정작 크고 중요한 일에 내가 정직하냐고 묻는다면 그건 어리석은 질문이다. 그러니 인생을 전체적으로 헤아려 보면 형편없는 걸음으로 살아 간다. 나는 절감한다. 하나 둘 가슴속에 쌓인 것들의 무게가 정직이라는 것을 빌어와 옮기기엔 이젠 버거워졌다는 것을... 비겁한 돌들로 계단을 쌓는 나의 삶은 더 이상 아침 햇살이 가슴을 적시는 아침 이슬이 아니다. 머리가 정직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면 할수록 손은 투명한 아침 이슬을 흔들어 버리는 바람으로 산다. 내가 분명 가치 있는 일이라고 여기는 정직한 삶은 겨울 하늘 새벽별처럼 빛을 잃어가고 있다. 지금 저 푸른 별빛에 집착하는 나의..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5. 11:55
시절 탓인지 가슴에 쌓이는 상심으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하여 세상은 흙먼지 가득 껴안은 바람으로 그 시큼한 가슴들을 우울하게 합니다. 어둠이 다가옵니다. 그래도 자기만의 세상 어딘가로 돌아 가는 사람들 사이로 노선 버스가 붙여 오는 번호들 휘황합니다. 그 번호를 찍고 찍어 만든 사람들은 생각합니다. 세상 갈증을 풀어줄거라 믿던 세월들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또 다른 갈증 뿐입니다. 하여 지극한 사람들은 또 다시 생각합니다. 뽑고 뽑혀 만든 사람들을... 하지만 아름다운 이상은 늘 허상으로 다가와 시린 어깨들을 더욱 서럽게만 합니다. 세상사 그저 그렇게 사는 사람들 그들이 할 것이라곤 실의를 털고 사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고 보면 우리 사회는 합리적인 사고는 늘 뒷전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이..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5. 11:52
나는 비가 오는 날이면 만나는 사람이 있다. 그를 만나면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이 세상에서 나처럼 그를 아는이도 없을 터이지만 그처럼 나를 아는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와 그는 무척이나 다르다. 이유는 간단 명료하다. 나는 마흔하고도 여덟이지만 그는 열하고 일곱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자주 만나는 이유는 상처로 얼룩진 그가 살아온 날들을 축척해 놓은 내 기억속에 열일곱 그가 미처 예감하지 못했던 편견과 고정관념과 삶의 이데올로기가 내게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젊은 날 삶의 상처는 필연적으로 금기를 만든다. 금기는 시간으로 하여금 체계화하여 금기의 무게를 살아온 날들과 정비례시킨다. 그와 나는 금기의 총량과 질량만 다를 뿐 그 금기의 체계화된 이데올로기는 늘 길을 같이 한다. 그런 점에서 나의..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5. 11:50
잔뜩 부어 오른 몸이 메말라 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린 일입니다. 새벽빛에 아련한 야윈 나무처럼 말입니다. 삶이 만들어낸 내 표정이 그렇습니다. 메마르고 나태하고 모호한 구석까지 있는 아련함으로 말입니다 .일을 하러, 잠을 자러 그리고 오고 가는 것들 사이로 미역귀처럼 질긴 것들을 꼭꼭 씹어야 하는 어쩌면 달콤한 느낌 까지 드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여름의 끝 가는 세월 사이로 되새김질하는 추억은 모호한 것들만 키워가고 있습니다. 절제만을 가르치는 빌딩 앞 소나무 앞에 낮게 엎드린 탱볕 삶은 날카롭기만 하구요. 번들거리는 추억은 여름 나뭇잎이 아니더라도 번들거리는 일상을 만듭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몰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여겨 기세를 올리고 삽니다만 그런 이 삶을 고요히 들여다보면 딱 부러지게 ..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5. 11:48
사람을 보고 누구는 착하고..악하고, 현명하고..어리석다고 남을 평가하는 버릇이 나는 깊다. 어떤 기억들이 붙잡거나 첫인상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선입견이라는 사람의 직관력에 의한 판단의 습관이 누구는 사람사는 곳에 필요하다고 누구는 필요치 않다고 말한다. 아련한 봄비 소리에 스스로를 귀울여 보는 내가 생각하는 이 직관력이란 것이 사람의 사물에 대한 판단력에 일부 긍정적인 모습으로 나타난다하여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는 곳에도 이 직관력을 적용한다면 인간관계의 커다란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나는 간과하고 있었다. 사실 남에 대한 평가는 늘 정확하지 않다. 왜냐하면 그사람 내부에서 일어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사람은 강물처럼 쉬지 않고 흘러가고 있다. 내일의 사람은 오늘의 사람이..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3. 11:06
지난 시절 내가 꿈꾸던 세상은 누구의 누구였습니다. 그 누구의 누구로 화려하게 치장하고 살며 등과 가슴에 그럴싸한 이름표 하나 붙이고 살았습니다. 그런 시절이 쫓기듯 달아나는 이 가을 나를 애써 품어 낳은 당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나간 시절 나는 당신을 꿈꾸듯이 그리며 기억해 왔습니다. 나는 당신의 삶을 화려한 수식으로 포장하여 늘 한줄기 빛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나는 낮은 어깨들이 키를 맞추며 사는 저녁 어스름에 덮여오는 당신을 생각하질 못했습니다. 눈만 뜨면 만나는 꽃 같이 아름다운 인생만이 푸르름으로 너울너울 치장한 인생만이 내가 걷는 세상에서 꿈꾸는 당신이라 여겨 왔습니다. 현실 속 당신이 만드는 그늘을 나는 외면했습니다 . 아니 교묘하게 포장하여 싫어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뿌리를 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