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3. 11:04
봄비 흩뿌리는 새벽 가로등 빛에 묻어 오는 엷은 빗방울에 창턱을 괴니 밤비에 걸린 그림자 하나 어린날을 불러옵니다. 어머닌 장고를 무척 잘치셨습니다. 기분이 나시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장고 가락에 맞춰 한곡조 하시던 모습이 잔잔한 봄비 건너 산수유 자락에 갖 피어난 한촉 꽃송이에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어머닌 그렇게 흥을 즐기셨지만 일상에 흐르는 한스런 세상 눈물을 머리에 이고 당신 자신은 철저히 감추고 사셨습니다. 세상을 이별 하시고 땅 밑 당신만의 세상으로 거쳐를 옮기시던 날 그날도 이렇게 봄비가 추적이고 있었습니다. 시큼한 김칫국처럼 사셨던 어머니 얼굴이 봄비에 얼룩진 창너머 둥근 가로등 빛에 한폭 치마로 덮여 옵니다. 언제나 푸르름으로 나를 지켜 선 곱사등 어머니 삶의 잔등..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3. 11:00
옛길을 걷습니다. 늘어붙어 앉은 인간의 흔적들을 헤집습니다. 울며 불며, 밀고 당기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웃는가 싶으면 한숨쉬는 인생 같은 옛길, 옛길 같은 인생들이 세월을 붙잡습니다. 세월에 지친 내 인생살이 슬프다가도 옛길에 품어진 인생들 사연 하나 꺼내들면 나는 하찮은 슬픔에 젖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울퉁불퉁 옛길을 그래서 나는 즐겨 걷습니다. 옛길은 어떤 마음으로 가더라도 넉넉하게 받아주는 가슴 깊은 사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니 해도 옛길의 으뜸 덕목은 사람을 주눅들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요즈음 단순 편리와 이익을 위해서 닦아놓은 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임을 확인시켜주는 비장함이 있습니다. 눈에 밟혀오는 이 땅의 옛길을 생각하면 내 속좁음에 화가 날 만큼 넓은 가슴 그대를..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43
허접한 것이지만 사진을 정리하다 뿌옇게 만나는 도심의 달빛을 담아 둔 사진 몇 장이 나를 유년의 세상으로 끌고 간다. 사실이지 나는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은 별로 없지만 단 하나의 밤길은 생생하다. 내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쯤 어느 날 어머니 손을 잡고 나는 너른 들판 한가운데로 난 시골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한손엔 내가 이기기 힘든 무게의 술병 하나를 들고 말이다.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달빛에 묻어나는 유난히도 하얀 치맛자락으로 얼굴을 가리던 그 밤 나는 어머니 종종걸음을 열심히 따라 걸었다. 달빛은 고요를 넘어 적막을 부르고 시리게 푸르른 하늘엔 별빛이 내 작은 총총걸음 수만큼 빛나고 있었다. 그 때 멀리 민가의 불빛 하나 가물거리며 눈에 들어오자 나는 갑자기 힘이 솟아났다..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39
고맙고 부끄러운 일상을 마음 넓혀 세우고 생각을 깊게하여 살자던... 겉으로 들어난 처지가 바뀔수록 마음 더욱 더 어질게 틔워 살자던... 일상사 갈 곳 몰라 세상에 부딪히는 잘못 된 병 깊어진 나 너의 투터운 마음과 어짊 때문에 세상에 발을 담그고 즐거운 꺼이 울음을 울고 산다. 지난 날은 아득하고 현실은 거칠어져 기질 또한 박약한 내가 굳게서지 못하고 세속의 물결에 휩쓸려 헤어나지 못하는데 너 또한 나를 닮아 가는 것이 생각은 미칠 것 같고 육신은 아찔하여 어디에 멈춰세워야 할지 모르겠다. 숲에 사는 노루 같은 기질로 세상을 살다보면 늘 두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건만 늘 그물에 빠져 넘어지고 자빠지고..... 넓은 숲 넉넉한 풀밭에 마음 두고 완고한 성품으로 그 푸른 세상을 그리..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36
마삭줄 붉은 잎새에 그리운 마음을 붙여넣고 나니 어느새 하얀 꽃잎이 싱그러운 당신으로 다가 섭니다. 살며시 붙여놓은 마음에 슬며시 마삭줄을 닮아버린 나 벌써 당신을 붙들고 자라납니다. 당신과 내가 만나 오고 간 세상 마삭줄 꽃처럼 누렇게 익어가고 또 다른 세상길 사랑들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의 모든 것입이다. 사랑은 세상의 원인이며, 심장이며 목적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은 가족, 이웃, 연인 그리고 세상의 다양한 삶에 다양한 의미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타는 목마름, 가볍고 무거운 정신, 감미롭고 매혹스런 음성, 터질듯한 정열, 부푼 행복감, 뒤틀린 고통으로 다가와 우리를 늘 자신보다 타인을 위에 올려놓고 살게합니다. 더불어 사랑은 받는 자에 의해 황홀하게 파괴되고 그리고 융합합니다. 사랑..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33
어느날인가 이 땅에 사람이 왔을 것이다. 얼기 설기 집을 짓고 살았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날인가 누군가 옆에 터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불편했을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이란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얼기 설기 무언가로 울타리란 것을 만들어 세웠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울타리 너머로 오가는 서로가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넌즈시 넘겨보는 곳은 늘 설레이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눈이 발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발들 하나 둘 걸음을 만들고 걸음이 걸음 낳고 낳아 길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길은 우리 곁에 생겨났을 것이다. 늘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고샅길에 흔적을 남기고, 생각이란 것을 뿌리고 스스로 만들고 걸었을 것이다. 때론 성큼성큼 때론 종종걸음치고..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15
요즘 책을 읽다보면 짜증이 날 때가 많아졌다. 아마 나름대로 뭔가 살이 좀 붙었다는 내 머리 속 생각의 나무가 건방기를 불러오기 때문인 것 같다. 책이란 새로 사귄 친구와 같다. 사람을 처음 만나 애기를 하다보면 일상에서 만나는 잦은 느낌이 서로에게 친숙감으로 작용하여 일반적인 일치감으로 만족해 한다. 그러나 깊이 사귀어 가면 차츰 서로의 의견이 다르다는 것을 발견한다. 그러면 갈등이 생기고 우정이란 이름을 부끄럽게 하는 이기적인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책 읽기도 그러한 것 같다. 어느 작가이든 그 작가의 책을 읽어가다 보면 공감이 오고 더불어 감정의 늪이 깊어져 간다. 그러다 보면 그 작가의 책을 자주 보게되고 그러다 보면 생각의 나무가 자라난다. 그러면 줄기가 생긴다. 나름대로 줄기는 건강하게 자란다..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13
빈둥거린 탓인지 이리 뒤척 저리 뒤척 가로등은 부시시한 눈을 비비고 휴일 밤은 달아나고 있다.사라져 가는 밤 뒤엔 지난 세월의 흔적이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늘 남아있다. 과거라는 이름 아래 추억이 있다. 그래서 사람은 생각이라는 것을 한다. 생각이란 하얀 백지는 오래된 흑백도 컬러로 채색하여 불러 오고 컬러도 흑백으로 낮추어 채워 온다. 현재라는 결과를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사람은 원인을 찾는다. 그러면 과거를 요구한다. 과거는 현재를 살아갈 때 헛길로 가지 않도록 늘 추억이란 이름으로 현재를 요구한다. 과거는 현재의 밑그림을 그리고 현재는 과거에 색칠을 한다. 그렇다고 과거가 현재를 살기위해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과거는 죽기위해, 잊혀지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는 사람이 모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