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05
황량한 바람을 가르며 존재의 터전을 떠나는 너의 마른 가슴 위에 한줄기 눈물이 되어 흐르는 나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리 함부로 치달리던 저편에 나를 누이고 너와 내가 나누었던 보통명사와 추상명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었이었을까? 졸음에 피어 오르는 낯설은 너를 생각하며 흔쾌한 시절 청춘의 근육통에 내마음을 덧대본다. 지나간 세월 나는 너를 곁눈으로만 읽고 오늘도 형식으로만 너에게 구원을 하는지 어두운 너의 내부를 등돌린체 추억의 한그루의 나무로만 서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항상 어쩔 수 없이 너그러워져 끝도없이 추락하는 너를 흐린 구름 아래 꿈의 지도를 펼쳐놓고 이런 다더라 저런 다더라 하릴없이 창가에 턱 괴고 앉아 너를 되씹진 않았는지..... 연초록 잎 뜻을 세우는 이 봄날 행여 나는 너의 마음밭에 ..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02
나는 아침이면 임씨상회에 갔습니다. 소주 반병을 사러, 매일 갔습니다. 그러면 아버진 딱 두잔을... 긴 대파와 함께 볶아지는 불고기에 반주를 하시고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것도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내 유년의 저편을 가로 질러 가는 빛바랜 흑백사진에 이 세상을 다 가진듯 근엄한 나의 아버지가 갈색이 되어버린 사진에서 오늘 살아나셨습니다. 면도를 하다 거울을 보니 거울 속에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닮았을까. 걸음걸이도, 생김새도, 목소리도 나는 아버지 닮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늘 근엄한 아버지, 말 붙이기 어려운 아버지 상과 벌도 항상 논리적으로... 나는 아버지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위대해 보여 감히 접근을 할 수 없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금 살..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7:55
어스름 저녁 길을 바람과 함께 걷습니다. 주섬주섬 던저 논 이런저런 씨앗들이 어느사이엔가 마당구석에 푸른 푸성귀밭이 되었습니다. 그런 풍경을 들여다보니 저만큼 버려 두었던 희망의 낯짝이 새삼 고개를 듭니다. 애초의 그 푸르른 싱싱함으로 피어 나던 시절의 솟대같이 솟은 희망은 등등했습니다. 그 등등함 만큼이나 쿵쿵거리는 발걸음은 거칠게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텅 비어 버린 것에 놀라 적당적당 그렇게 한번 그르쳐 든 길에서 남의 밭마저 망쳐온 것 같은 아픔이 깊습니다. 살다보면, 아니 엎어지든 체이든 가다보면 앞은 열리겠지 애써 눈을 들어 먼산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 동안 세월의 머리털은 하얗게 쇠어갔습니다. 욕망의 초록이 쭉쭉 뻗쳐오르던 억새풀 언덕에 마른 뼈들 스치는 소리만 생생합니다. 계절은 벌써 깊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