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어둔 풍경 하나

멀리 길이 하나 보입니다. 익숙한 듯 하지만 풍경은 낯설어그런 풍경에 석연찮은 내가 견디어낼까 궁금한 길입니다. 그런 석연찮은 눈길로 요즘 내가 사는 풍경을 그려보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약간의 광기로 얼빠진듯이 한심스럽게 살았으면 합니다. 무엇인가 빈 구석이 있어 정리되지 않는 그런 나였으면 합니다. 뚝뚝 부러지는 내가 심히 유감스러워서요.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쌓아 올린 세월을 쉽게 허물어트리지 못합니다. 그런 기억 저편에 묻어둔 풍경 하나 다가섭니다. 그 기억의 풍경엔 턱걸이를 지질이도 못하던 한 아이가 있습니다. 그런 그에게도 잘하는 철봉놀이 하나 있습니다. 거꾸로 메달리는 놀이지요. 거꾸로 메달려 보는 세상의 색다른 맛은 그에게 큰 즐거움이었습니다. 메달려 보는 세상의 출구는 근거를 알 수 없는 희망을 신선한 공기로 코끝을 자극하며 낙관적인 기대로 그득하게 했습니다. 그러기에 그때 그가 가진 진정한 출구는 거꾸로 메달려 보아야 보이는 세상이었습니다. 그렇게 낯이 가고 밤이 오면 꿈없는 바위처럼 그는 잠을 자고 불어오는 아침 바람에 흩어져 날으는 풀씨가 되어 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병적일 정도로 침묵하는 습관으로 메달렸습니다. 그시절 침묵은 희롱 당하는 비천한 왕자의 반항이었던가요. 다 자라난 지금 그 침묵하는 버릇은 의미없는 엷은 미소로 바뀌어 가고 말은 나이 만큼 늘어 잔소리라 일컬어질 정도이니...지금 서성거리는 길 기억의 저편에서 그가 건너와 네잎 클로버를 찾겠다던 어린 날 저문 발길을 찾아 보지만 세잎 클로버도 네잎 클로버로 보아 넘기는 재주 하나만 자라나 있습니다. 그것은 좋게 말하면 행복에 대한 관념이 조금 너그러워졌다는 세상이 아닌 나에게 너무나도 관대한 내가 거꾸로 메달려 있을 뿐입니다. 사랑도 삶도 의지라 했던가요. 빛은 자정을 채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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