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09
눈은 알 수 없는 예감을 동반합니다. 거리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날 것 같은 예감 그를 만나지 못한다면 엽서 한 장 받을 것 같은 예감 이런 예감은 눈이라는 것이 시각적으로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눈은 헤어지는 곳보다 만나는 곳에 내리는 것이 더 어울리고 하여 눈은 삶의 그리운 것을 끄집어내어 좋은 기억으로 가슴에 오래 간직하게 합니다. 그런 눈이 어젯밤에 내렸습니다. 그런 어제를 오늘로하고 게으름에 휘감겨 사는 나를 추켜 세워 아내와 함께 모처럼만에 소극장을 찾아 나섰습니다. 혜화동1번지라는 부제를 달고선 작은 소극장을... 행복탕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들어 선 곳에 스치듯 만나는 삶에서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사랑하기 보다는 세상 모든이의 눈에, 머리에, 가슴에 보이고, 생각하고, 느끼는..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2:53
초록잎이 옹알이는 봄길 그 길을 걷다 불현듯 네가 떠올랐다. 학교 뒷산 소나무 엷은 바람 가만가만 다가와 너와 나를 앞뒤로 흔들고가던 작은 개울물 하나 둘 모여들던 곳, 초록바람에 실핏줄 기억들 하나 둘 모여 엷은 미소를 만들던 곳, 그곳에서 우리는 작은 미소와 짧은 눈길로 마주섰고 따뜻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좋은 것 싫은 것을 한음절로 소리높여 불렀다. 졸졸 흐르는 세월 우린 시간이라는 것에 못 이겨 서로의 손을 놓고 잡아야 했다. 잠시지만 우린 서로의 세계가 분리되어 있음을 처음으로 느끼고 세월만큼 커져버린 냇가에서 푸른 수초사이를 무지개빛 피래미처럼 숨밖꼭질을 했다. 우린 자랐고 넓어졌다. 그리고 부당한 처사에 대한 오해와 몰이해에 대한 인간과 상처에 대한 악의적인 주변에 대한 반응을 한결 같음으로..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2:50
내가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가슴의 통증이 되는 사람 하나 있습니다. 그 이유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즐겁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왜 가슴의 통증이 되는걸까요. 바뀐 집으로 가는 길이 낯설어 세상길 소리들이 시끄러운 탓인가요?정많고 눈물많아 그렁그렁 세상에 지은 죄가 많은탓인가요? 이런저런 이유야 붙이면 되겠지만 그대가 진정 내 가슴의 통증이 되는 것은 그대를 위하여 내가 가진 것이 너무 없기 때문입니다. 하여 그대를 만나 사는 동안 내 가슴은 늘 통증으로 불면이었습니다. 아픈 가슴을 겪지 못한 사람은 아픈 세상을 어루만질 수 없다고 그렁그렁한 세상이 나를 이끌어 왔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내가 가진 부끄러움도, 슬픔도, 기쁨도 그대에게 모두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그대가 나를 생각하는 마음 두배쯤 그대를 위..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2:49
외진 길을 걷습니다. 혼자만의 길을...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기쁨은 다름 아닌 어떤 중심에 대한 강박 관념을 버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하여 혼자 있는 곳에는 침묵과 평정만이 존재합니다. 사람은 혼자 있을 땐 어떤 해답을 찾지 않습니다. 끊임없이 질문을 퍼 붓는 일상을 벗어나 혼자만이 누리는 깊고 너그러운 침묵의 시간은 그러기에 나이가 들면 들수록 더욱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런 혼자만의 옛길을 더듬는 날 아주 우연한 방식으로 만나는 사물들을 풀어 가는 걸음 인간의 관습과 관련되어 나타나는 나의 사유는 늘 어설프기만 합니다. 그런 사유 끝 걸음 옆 자연은 힘차고 순수한 감각들로 나에게 늘 착실한 상상력으로 반응합니다. 메마른 풀 한 포기일지라도 스스로의 양육된 감각으로 자연은 공감과 회복이라는 의미를 들..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3:11
그대는 말한다. 이 취미 저 취미 세월따라 변해오더니만 요즘 하구많은 취미중에 걷기냐구..... 그사람의 감정세계를 들여다 볼려면 말보다 그사람의 행동을 살피라고했다. 사실 내뱉는 말이란 아무것도 아닌 (수사학의 한 방편인)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취미생활은 그사람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거울이다. 하지만 더 유심히 살피면 자기 내면생활을 탈출하러 동떨어진 취미를 갖는 경우도 있다. 그는 취미에 의해 무의식 속의 자기와 대화를 한다. 무엇을 만들거나, 모으거나, 쓰기를 하면서 외부에 노출되어지는 결과물에 의해 자신과 애기를 하는 것이다.그리하여 그는 그 취미생활에 의해 그만의 세상을 구현해가는 것이다. 취미는 영어로 hobby이다. hobby는 고어로는 조랑말이다. 말(당나귀)이란 어떤 ..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51
나목들의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바람들의 수런거림을 벗 삼아 걷습니다. 겨울 낮은 담장에 늘 푸르름으로 사는 이끼가 나를 반깁니다. 우리는 부석이는 얼굴울 맞대고 서서 나이를 묻고 통성명을 합니다. 몇살 이시우 오십줄에 도토리 키재기 중입니다. 그런 댁은 몇살 이시우 내 나이를 헤아려본지가 하두 오래되서... 그때 지나가는 바람이 윙윙댑니다. 앗 나에 실수 이 오만을 용서하십시오. 그놈의 바람 성질하곤 나이가 자랑이우 어떻게 사시우 그냥저냥 삽니다. 살얼음 쫀득거리는 이 겨울길에 내 일상이 절로 묻어납니다. 네가 감히, 어딜, 이런 내가 아니던가 갑자기 숭숭 뚫려오는 시린 일상의 언어 앞에 세상사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겸손해야하는 삶이 있다고 이끼는 겨울길에 나를 눕히고 있습니다.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47
시리고 찬 바람 한자락에 긴 세월 하나 붉은 노을비로 내마음에 흩뿌린다. 허기에 걸린 목젖에 가시 하나처럼 켁켁거리며 네가 다가온다. 내 걷 잡을 수 없는 눈물이 되어 흐른다. 단지 친구로서의 서러움이 아니라 황무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내 던져진 인간 일반의 쓸쓸함에 서러워진다. 시릿시릿 떠는 네게 붉은 입술로 세상이 소곤거린다. 오늘 하루 살기에도 바쁜 네게 맥빠진 TV가 한번뿐인 생의 두번째 세번째 삶을 지직대며 두런 거린다. 도깨비풀처럼 달라 붙는 것을 떼어 내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일찍 알아버린 네게 허망의 아버지 같은 꿈을 TV는 지직거린다. 뻔한 허망의 바다인들 어쩌랴 지리멸멸하는 너의 일상에 유년의 저편 텅 빈 마음 삶의 울림통을 하나 걸고 크게 한번 떵떵거려 보는 것이다.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9
여행은 이야기이다. 하나는 끊임없는 상상의 이야기요 또 하나는 자연과 사람과 정신과의 추억이다. 마지막엔 상상과 추억을 사색과 기억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 내 육체와 정신을 열어 놓고 자연과 마주하며 걷는 맛은 걷는 여행자만의 기쁨이다. 흙과 내 발이 만나서 그 순간 만큼은 오로지 내가 자연의 일부로 홀로 서는 것이다. 침묵으로 세상을 횡단할 때 자연의 소리에 귀가 기울어지고 내 가슴과 나무들과 수런거리는 바람 소리가 지리멸멸한 지친 삶에 내 정신성을 다시 새겨 넣는다. 자연과의 고스란 기억의 세계를 삶의 순간 순간에 빠져들면 침묵의 고즈넉한 자연의 감각이 내 삶을 평정한다. 나는 내 푸른 청춘과 맑은 눈과 넉넉한 가슴을 위해 오늘도 기억과 상상의 어딘가를 걸어 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