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잔뜩 부어 오른 몸이 메말라 간다는 것은 참으로 아린 일입니다. 새벽빛에 아련한 야윈 나무처럼 말입니다. 삶이 만들어낸 내 표정이 그렇습니다. 메마르고 나태하고 모호한 구석까지 있는 아련함으로 말입니다 .일을 하러, 잠을 자러 그리고 오고 가는 것들 사이로 미역귀처럼 질긴 것들을 꼭꼭 씹어야 하는 어쩌면 달콤한 느낌 까지 드는 그런 것들 말입니다. 여름의 끝 가는 세월 사이로 되새김질하는 추억은 모호한 것들만 키워가고 있습니다. 절제만을 가르치는 빌딩 앞 소나무 앞에 낮게 엎드린 탱볕 삶은 날카롭기만 하구요. 번들거리는 추억은 여름 나뭇잎이 아니더라도 번들거리는 일상을 만듭니다.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몰입할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라 여겨 기세를 올리고 삽니다만 그런 이 삶을 고요히 들여다보면 딱 부러지게 말하자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바쁠수록 잡다한 것들만 주루룩 펼쳐나는 습성이 있는 내가 지금 젊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잘 압니다. 나의 우아한(?) 도덕의 내면을 고요히 들여다보면 헐렁해진 자의식만 번들거릴 뿐 그 삶이 그렇게 아름답게는 보이질 않습니다. 물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는 것은 아닙니다. 내가 보기에 그렇다는 것입니다. 내 혈관을 고속도로처럼 뚫어 가속 폐달을 힘껏 밟으면 생생하게 넘쳐나는 감각들의 전율이 순간 떨어진 얼음 조각에 급격하게 내려앉는 RPM처럼 그런 계절의 느낌으로 말입니다. 아직도 빛은 강렬하고 뜨겁지만 끝을 달리는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오면 내 삶은 보다 더 단단해지리라는 것에 위안을 삼아 봅니다. 편두통으로 쪼아대는 여름의 끝 그 끝자락에 여름을 조각내고 나서는 가을이 있어 그런데로 나는 살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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