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0
사진 / 기다려 본 사람만이 안다... 정류장 그 지루함을... 고치령 좌석리 간이정류장 뒤틀고 서성이는 발걸음 사이로 말없이 기다리는 촌로의 끈질긴 넉넉함에 가디림을 배우고 오는 곳이 시골 간이 정류장이다. 그런 걸음으로 걷는 길을 만나기 위해 밤길을 나선다. 차창 밖은 화려한 도시의 뒷그림자로 어수선 하다.눈을 감는다... 졸음이 밀려온다. 잠 속을 누빈다...시간이 공간을 틀어쥐고 들려주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라는 것이 짓누르는 탓인가? 그런데 나이는, 시간은 도전의 대상이 아니라 인내의 대상이라는 말을 참으로 실감나게 가르치고 있다. 내가 무엇을 견디고 못 견디는 것 인지를... 이런 걸음의 고치령 길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에서 경북 영주시 단산면 마락리를 거쳐 좌석리 까지의 약18km의 고..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25
사진 / 연화도 능선길 누구는 좋고 누구는 나쁘고... 선과 악의 차이는 사람의 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는 것도 그러하다. 어떤이의 눈에는 만족한 삶으로 보이지만 어떤이의 눈에는 불만족스러운 삶으로 보인다. 또한 자기만족적 교사로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고 산다. 나의 분석법은 늘 그렇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 이 삶은 희고 저 삶은 검다'라고 하지만 삶은 흰색이나 검은색 만이 있지 않다. 실제로 우리들 삶의 많은 부분은 회색으로 되어 있다. 살다가 만나는 순수는 회색의 가장 연한 부분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회색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그러기에 삶은 어디서 부터 어디 까지가 회색인지 조차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의 시각에 따라 삶의 옳고 그름은 늘 변화한다.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지 않는 자의..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22
사진 / 안개 속 곰치재 나는 내 이웃들의 리듬에 걸음을 잘 맞추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스스로를 생각하다보면 나는 내 목소리의 리듬에만 박자를 맞추고 살았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나는 너무나 이기적이지 않았나 하는 미련이 깊다. 그런 모습이 자라온 환경탓이라고 둘러대다가도 나이 오십줄에 그런 궁색스런 변명은 어설퍼지는 웃음을 만들고... 그래서 나는 요즘 날라리가 되기로 했다. 안팎의 시선들을 잠시 팽겨쳐두고 내 이웃들의 걸음에 박자를 맞추려 노력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박자든 싫어하는 박자든 어울려 듣는 연습이 참으로 부족함을 절감 한다. 하여 이웃들 걸음의 박자에 몸을 맡기고 흥얼이고 걷고 싶다.노력중이다... 아..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16
사진 / 정수사 대웅전 창살 문양 비는 알 수 없는 예감을 동반한다. 거리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날 것 같은 예감 누군가 만나지 못한다면 멀리 떠난 친구에게 엽서 한 장 받을 것 같은 예감 이런 예감들은 아마 비가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기에 비는 만나는 곳에 내리는 것 보다 헤어지는 곳에 내리는 것이 더 어울리고 그래서 헤어져 그리운 것들이 삶의 촉촉한 기억들에서 오래도록 젖어난다. 그러기에 촉촉한 것들은 늘 오래 가슴에 간직한다. 그 중에 겨울비는 가슴을 시릿시릿 젖게한다. 비가 오락거리는 강화행 차창 밖으로 떠오르는 얼굴들... 스치듯 만나는 삶에서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사랑하기 보다는 세상 모든이의 눈에, 머리에, 가슴에, 보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진눈깨비가 되어 ..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10
사진 / 부남리 바닷가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수직과 수평으로 헝클어져 버린 날 나는 바다로 향한다. 나이란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 어느날 부터인가 나는 세상과 사람보는 시선이 중성적으로 변해버렸다. 그러기에 이도 저도 아닌 시선으로 사는 세상 헤아리면 싫증뿐이다. 나는 늘 사람을 만나면 평형적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세상 풍경에서 만나는 것들이 언제나 평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불균형의 얼기설기 얽힌 세상길 보이지 않는 갈림길에서 나의 중성적 성격은 모나지 않아 좋지만 뒤집고보면 평형 감각을 잃게하고 충동적인 삶을 부른다. 그런 나를 붙들고 앉아 평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곳 바다를 찾아 간다. *부남리 바닷가의 정확한 행정구역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부남리이다.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 소..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05
황량한 바람을 가르며 존재의 터전을 떠나는 너의 마른 가슴 위에 한줄기 눈물이 되어 흐르는 나는 무엇 때문이었을까? 우리 함부로 치달리던 저편에 나를 누이고 너와 내가 나누었던 보통명사와 추상명사가 의미하는 것은 무었이었을까? 졸음에 피어 오르는 낯설은 너를 생각하며 흔쾌한 시절 청춘의 근육통에 내마음을 덧대본다. 지나간 세월 나는 너를 곁눈으로만 읽고 오늘도 형식으로만 너에게 구원을 하는지 어두운 너의 내부를 등돌린체 추억의 한그루의 나무로만 서 있었던 것은 아닌지... 항상 어쩔 수 없이 너그러워져 끝도없이 추락하는 너를 흐린 구름 아래 꿈의 지도를 펼쳐놓고 이런 다더라 저런 다더라 하릴없이 창가에 턱 괴고 앉아 너를 되씹진 않았는지..... 연초록 잎 뜻을 세우는 이 봄날 행여 나는 너의 마음밭에 ..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02
나는 아침이면 임씨상회에 갔습니다. 소주 반병을 사러, 매일 갔습니다. 그러면 아버진 딱 두잔을... 긴 대파와 함께 볶아지는 불고기에 반주를 하시고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것도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내 유년의 저편을 가로 질러 가는 빛바랜 흑백사진에 이 세상을 다 가진듯 근엄한 나의 아버지가 갈색이 되어버린 사진에서 오늘 살아나셨습니다. 면도를 하다 거울을 보니 거울 속에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닮았을까. 걸음걸이도, 생김새도, 목소리도 나는 아버지 닮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늘 근엄한 아버지, 말 붙이기 어려운 아버지 상과 벌도 항상 논리적으로... 나는 아버지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위대해 보여 감히 접근을 할 수 없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금 살..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7:55
어스름 저녁 길을 바람과 함께 걷습니다. 주섬주섬 던저 논 이런저런 씨앗들이 어느사이엔가 마당구석에 푸른 푸성귀밭이 되었습니다. 그런 풍경을 들여다보니 저만큼 버려 두었던 희망의 낯짝이 새삼 고개를 듭니다. 애초의 그 푸르른 싱싱함으로 피어 나던 시절의 솟대같이 솟은 희망은 등등했습니다. 그 등등함 만큼이나 쿵쿵거리는 발걸음은 거칠게 없었습니다. 어느 순간 텅 비어 버린 것에 놀라 적당적당 그렇게 한번 그르쳐 든 길에서 남의 밭마저 망쳐온 것 같은 아픔이 깊습니다. 살다보면, 아니 엎어지든 체이든 가다보면 앞은 열리겠지 애써 눈을 들어 먼산을 보며 마음을 다잡는 동안 세월의 머리털은 하얗게 쇠어갔습니다. 욕망의 초록이 쭉쭉 뻗쳐오르던 억새풀 언덕에 마른 뼈들 스치는 소리만 생생합니다. 계절은 벌써 깊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