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3
사진 / 깃재 정상에서 본 영광쪽 조망 내가 오늘 걸어 넘을 깃재라는 곳의 반토막은 내 한시절이 숨쉬는 곳이다. 길을 나서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앞밭 뒷밭에서 골라주운 돌맹이로 만든 돌담을 두룬 낮게 엎드린 촌가가 들어온다. 돌들의 색감 만큼이나 시간이 용해된 곳에 삶의 기억들이 모여든 집 낮은 담장 너머로 들어 오는 부드럽고 포근한 하나의 풍광... 지금 가는 이길은 세월 저편 힘든 시절 나의 안이 되어 주었던 길이다. 지금은 나에게서 가보기도 힘든 바깥길이 되어있지만 말이다. 세상에 바깥이 없다면 안은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자라도 한참 웃 자란 지금의 안이 답답할 때 더듬는 그 옛날의 안쪽길 다른 사람에겐 별무 반응의 길일는지 모르지만 나에겐 깃재란 길은 시적 감흥이 일어나는 바깥길이다. 그러..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0
사진 / 기다려 본 사람만이 안다... 정류장 그 지루함을... 고치령 좌석리 간이정류장 뒤틀고 서성이는 발걸음 사이로 말없이 기다리는 촌로의 끈질긴 넉넉함에 가디림을 배우고 오는 곳이 시골 간이 정류장이다. 그런 걸음으로 걷는 길을 만나기 위해 밤길을 나선다. 차창 밖은 화려한 도시의 뒷그림자로 어수선 하다.눈을 감는다... 졸음이 밀려온다. 잠 속을 누빈다...시간이 공간을 틀어쥐고 들려주는 소리가 들린다. 나이라는 것이 짓누르는 탓인가? 그런데 나이는, 시간은 도전의 대상이 아니라 인내의 대상이라는 말을 참으로 실감나게 가르치고 있다. 내가 무엇을 견디고 못 견디는 것 인지를... 이런 걸음의 고치령 길은 충북 단양군 영춘면 의풍리에서 경북 영주시 단산면 마락리를 거쳐 좌석리 까지의 약18km의 고..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25
사진 / 연화도 능선길 누구는 좋고 누구는 나쁘고... 선과 악의 차이는 사람의 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사는 것도 그러하다. 어떤이의 눈에는 만족한 삶으로 보이지만 어떤이의 눈에는 불만족스러운 삶으로 보인다. 또한 자기만족적 교사로 스스로가 그렇게 느끼고 산다. 나의 분석법은 늘 그렇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그르다 이 삶은 희고 저 삶은 검다'라고 하지만 삶은 흰색이나 검은색 만이 있지 않다. 실제로 우리들 삶의 많은 부분은 회색으로 되어 있다. 살다가 만나는 순수는 회색의 가장 연한 부분이고 그 반대의 경우는 회색의 가장 어두운 부분이다. 그러기에 삶은 어디서 부터 어디 까지가 회색인지 조차 구별하기 어렵다. 그래서 사람의 시각에 따라 삶의 옳고 그름은 늘 변화한다. 바라보는 자와 바라보지 않는 자의..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22
사진 / 안개 속 곰치재 나는 내 이웃들의 리듬에 걸음을 잘 맞추지 못하는 성격이다. 그런 스스로를 생각하다보면 나는 내 목소리의 리듬에만 박자를 맞추고 살았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고 생각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세상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나는 너무나 이기적이지 않았나 하는 미련이 깊다. 그런 모습이 자라온 환경탓이라고 둘러대다가도 나이 오십줄에 그런 궁색스런 변명은 어설퍼지는 웃음을 만들고... 그래서 나는 요즘 날라리가 되기로 했다. 안팎의 시선들을 잠시 팽겨쳐두고 내 이웃들의 걸음에 박자를 맞추려 노력한다. 그러고 보니 나는 내가 좋아하는 박자든 싫어하는 박자든 어울려 듣는 연습이 참으로 부족함을 절감 한다. 하여 이웃들 걸음의 박자에 몸을 맡기고 흥얼이고 걷고 싶다.노력중이다... 아..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16
사진 / 정수사 대웅전 창살 문양 비는 알 수 없는 예감을 동반한다. 거리에서 누군가를 우연히 만날 것 같은 예감 누군가 만나지 못한다면 멀리 떠난 친구에게 엽서 한 장 받을 것 같은 예감 이런 예감들은 아마 비가 사람을 그리워하게 만들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러기에 비는 만나는 곳에 내리는 것 보다 헤어지는 곳에 내리는 것이 더 어울리고 그래서 헤어져 그리운 것들이 삶의 촉촉한 기억들에서 오래도록 젖어난다. 그러기에 촉촉한 것들은 늘 오래 가슴에 간직한다. 그 중에 겨울비는 가슴을 시릿시릿 젖게한다. 비가 오락거리는 강화행 차창 밖으로 떠오르는 얼굴들... 스치듯 만나는 삶에서 누구를 미워하고 누구를 사랑하기 보다는 세상 모든이의 눈에, 머리에, 가슴에, 보이고,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진눈깨비가 되어 ..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10
사진 / 부남리 바닷가 사람과 사람의 사이가 수직과 수평으로 헝클어져 버린 날 나는 바다로 향한다. 나이란 것을 느끼기 시작하는 어느날 부터인가 나는 세상과 사람보는 시선이 중성적으로 변해버렸다. 그러기에 이도 저도 아닌 시선으로 사는 세상 헤아리면 싫증뿐이다. 나는 늘 사람을 만나면 평형적으로 다가가려 하지만 세상 풍경에서 만나는 것들이 언제나 평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그런 불균형의 얼기설기 얽힌 세상길 보이지 않는 갈림길에서 나의 중성적 성격은 모나지 않아 좋지만 뒤집고보면 평형 감각을 잃게하고 충동적인 삶을 부른다. 그런 나를 붙들고 앉아 평형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 볼 수 있는 곳 바다를 찾아 간다. *부남리 바닷가의 정확한 행정구역은 강원도 삼척시 근덕면 부남리이다.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