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2:42
사진/금대봉에서 보는 태백의 아침 길은 늘 나를 끌어 들이고 매료시킨다. 태백의 싸리재에서 금대봉 가는 길은 향기 짙은 길이다. 어렸을 적 맛있는 것이 생기면 조금씩 아껴 먹듯 아껴 걷는 이길은 크지도 작지도 않은 나무들의 군락으로 숲을 이루고 있어 숲 가운데로 난 길을 따라 걸으면 걷는 스스로가 작아지고 행복해지는 길이다. 여행을 끝내고 이렇게 몇자 적다 보면 여행지의 사물을 보고 듣는 과정의 소홀함이 늘 먼저 떠오른다. 그래서 여행기를 쓰는 과정이 어쩌면 여행지에서 보다 더욱 더 나를 고쳐 추스르게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시간을 정해 놓고 하는 여행을 질색한다. 여행은 시간을 다루는 일이 아니라 시간을 넘어 선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기억과 사유의 흐름이다. 이 기억과 사유의 흐름의 부피를 키워 가는 ..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3:07
사진 / 장갈재 서낭당 여행을 하다보면 어떤 자기 기만 현상을 겪게 된다. 다름 아닌 풍경을 보는 눈이다. 어떤 풍경을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것은 눈의 자기 기만 현상이다. 여행의 목적은 여러가지가 있다. 여행지의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느끼는 것이 있고 여행지의 삶과 역사를 품어 느끼는 것이 있다. 그런 점에서 내가 오늘 걷는 장갈재는 후자에 속하는 곳이다. 지금 나는 자기 기만의 길을 걷고 있다. 어떤이는 이런 길을 왜 걷느냐고 물을지 모른다. 사실 밋밋한 이 시골길을 따라 걷는 여름길은 사실 짜증을 부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곳에 터를 잡고 사는 사람들의 삶을 넘겨다 보면 그 속에 내가 있고 이웃이 있다. 장갈재는 안동과 영양의 옛사람들의 중요한 소통로였다. 장갈재는 지금도 소통이 이루어지고 있는 ..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3:01
사진 / 동진강 하구 몇달만인가? 바쁘다는 핑계 하나로 사는 요즘 오랜만에 일상을 떠나 걸었다. 일상에서 만나는 것중 하찮음이란 있을 수 없지만 그러함에도 하찮음이란 핑계를 만드는 일상 살기마저 느끼는 분기에 치를 떠는 날이 많아졌다. 세상의 혼란스러운 일들만이 만든다고 말하기 어려운 일상 탈출 욕구는 나를 정처없이 걷게 만든다. 잿빛이 주는 서늘한 풍경이 그리운...서해의 포구들을 걷는다. 이렇게 여행길에 서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믿을 수 없는 불균형과 세상사 상대성을 읽게 되는 것이 여행이 가져다 주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다. 피로와 권태와 변화의 두려움이 짓이기는 일에 쌓여 인내의 저수지에 빠져 허우적 거리는 식민의 일상이 요동치는 날을 뒤로하고 걷는 길 땅에서 나오는 것은 모든 것이 바다로 흘러든..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58
사진/남종에서 본 팔당 강물은 흘러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스치듯 흘려버린 사람의 삶이라는 것 또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 하나를 들고 길을 나선다. 길은 어디서고 되돌려 고쳐 걸을 수 있는 탓이리라. 삶을 추스르며 걷는 걸음은 어느새 337번 지방도로에 와 있다. 팔당호을 끼고 도는 이 길은 남종-강하를 이어주는 강변길이다. 나는 이 길을 높다랗게 거친 걸음으로 무수히 지나쳐 갔었다. 오늘은 낮고 좁은 보폭으로 강을 따라 내려 앉듯 펼쳐진 길을 걷는다. 강물은 정 따라 맴도는 이별을 추스러 그리움을 만들고 있다. 낮고 깊은 마음들이 그리움으로 뒤덮여 가는 강변 길 허물없는 바람이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펴게하고 시원한 바람이 얽힌 세상사를 풀어 헤치자 강물은 사람답게 만드는 ..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54
사진 / 달마산에서 본 완도쪽 조망 사람은 알면 알수록 더욱 깊어지고 세상길은 젖은 길이 된다. 밤기차 흐릿한 차창으로 비춰지는 풍경들 인연의 고리들이 하나 둘 다가오고 사라져 간다. 풍경들, 어둠과 빛 사이로 나는 그림자가 되어 부유한다. 차창에 코박고 들여다 보는 세상 별빛이 끈적 끈적 손가락에 달라 붙 듯 차창에 붙는 인연들 가깝고도 먼 차창 밖 사람들 끔찍하지만 황홀하다. 사람은 살다보면 좋든 싫든 어우러진다. 그런 어우러짐의 인연들, 말 하나 하나, 몸짓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뭉그적 거리는 일요일 이불깃에서 만나는 모습으로 정겹게들 살아간다. 그러니 만나는 것들 모두 긍정의 눈맞춤이 필요하다. 그런 넋두리 사이를 가르는 여행은 나를 늘 어둠 속에서 인내하며 겸손하게 태어나게 한다. 그..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41
사진 / 거전리 바닷가 일몰 휘도는 갯벌을 달구어 오는 강렬한 빛은 설명되어지지 않는 색감들을 만들고 시시각각 질곡의 바다 위에 뿌려진 빛은 다가올 어둠과 핏빛으로 치열하다. 늘 마음 한구석을 떠도는 알 수 없는 쓸쓸함과 불안감 헛된 시간을 세상에 버리고 있다는 먼지처럼 떠도는 초조감이 굶주린 정신을 이끌고 나서면 나는 이렇게 두서없는 발걸음을 세상에 뿌리고 걷는다. 사람으로 세상을 사는 것 중 가장 커다란 기쁨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발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낭만을 찾아가는 그런 사유가 아니더라도 발걸음이 움직이는 때의 긴장감은 투명한 아침이슬 같은 사유를 내 삶에 적시어 오기 때문이다. 그런 투명한 빛을 쫓는 여행길에 만나는 갈림길은 내가 걷는 삶의 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숱한 갈림..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37
사진 / 가장 단정한 절집 무위사 극락보전 나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적어보는 버릇이 있다. 될 수 있으면 예쁜 종이에 정들여 쓰는 글씨로 말이다. 그리곤 모습들을 떠올리거나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점들을 다시 또박 또박 적는다. 만날 땐 얼글이 붉어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마음들을 아주 정직하게 써 내려간다. 웃는 얼굴이 좋다거나, 우습지만 엉덩이가 이뻐서... 친절한 마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건강한 정신이... 윤기나는 머릿결이... 길어서 예쁜 손가락 때문에...등등 그러면 그 흔하던 사람들의 적대감이 사라진다. 사람에게서 적대감이란 아득하고 아득한 지독한 상처로 나타난다. 적대감이란 다름아닌 나쁜 기억이 부르는 언어의 유혹이니까 그래서 인연의 고리들을..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6
사진 / 정상에서 바라 본 남해의 고흥만 산은 묵언(默言)과 매력이 엉켜 있는 대상이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는 그 침묵의 깊이 때문이요. 그 깊이를 끝없이 끌고 가며 미래화 시키는 매력 때문이다. 산을 찾는다는 말로는 산행이라는 것과 등산이라는 말이 있다. 산행은 산으로 간다 또는 산길을 걷는다는 표현이고 등산은 산을 오른다는 뜻이다. 말이야 어떻게 쓰든 의미만 전달 된다면 할말은 없지만 산으로 간다, 산길을 걷는다와 산을 오른다는 뜻은 분명 다르다. 나는 산행이란 표현이 지극히 온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등산이란 말은 산을 점령한다는 뜻의 공격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산은 사람이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대상이 아니다. 산은 사람과 어울려 스스로 그러하는 자연속의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간단한 뱉어내는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