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깃재 정상에서 본 영광쪽 조망
내가 오늘 걸어 넘을 깃재라는 곳의 반토막은 내 한시절이 숨쉬는 곳이다. 길을 나서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앞밭 뒷밭에서 골라주운 돌맹이로 만든 돌담을 두룬 낮게 엎드린 촌가가 들어온다. 돌들의 색감 만큼이나 시간이 용해된 곳에 삶의 기억들이 모여든 집 낮은 담장 너머로 들어 오는 부드럽고 포근한 하나의 풍광... 지금 가는 이길은 세월 저편 힘든 시절 나의 안이 되어 주었던 길이다. 지금은 나에게서 가보기도 힘든 바깥길이 되어있지만 말이다. 세상에 바깥이 없다면 안은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자라도 한참 웃 자란 지금의 안이 답답할 때 더듬는 그 옛날의 안쪽길 다른 사람에겐 별무 반응의 길일는지 모르지만 나에겐 깃재란 길은 시적 감흥이 일어나는 바깥길이다. 그러기에 집착에 빠져들지 않고 허망함이나 부질없음이 아닌 살맛으로 걷는 길이다. 그렇다 도시의 살맛나는 삶이 싫어져 떠나온 이곳에 살맛이 있는 것이다. 걷고 걸어도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길을 나는 걷고 있다. 사람은 길을 따라 늘 어디론가 가지만 기억하는 일과는 무관한 길이 많다. 기억할 수 있는 추억을 찾아 확인할 수 있는 길 나를 버리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삶의 절실함을 담아 내 안으로 들어가는 사색의 길 나는 지금 그 길을 걸어 가고 있다. 호젓한 숲길은 한낮에도 어둠을 만든다..그리고 빛을 만든다. 그러면 산천의 초목은 꽃을 피우고 사람은 평안한 휴식을 얻는다. 그러기에 소중한 숲... 하지만 사람의 욕망은 가만두지 못한다. 길은 사람이 만든다..그러나 사람은 길에 의해 길들여진다. 도심의 길에 길들여진 내 가슴을 풀어 헤치는 옛길에 서면 추억하는 것들이 저만치 낮달처럼 떠오른다. 사라진 세월이 나를 보고 있다. 먼 시절 성큼 성큼 걸었던 스쳐 지난간 사람들 그 발자국을 위로하며 하늘을 향해 서 있는 나무들의 외로움에 나는 나무의 허리춤을 붙잡고 잃어버린 시절을 꿈꾸고 있다. 봄빛 담은 저수지에는 뽀얀 젖가슴이 물 위를 뿌리고 있다. 밤이 오면 이 빛은 하늘로 오를 것이고 별이 될 것이다. 나무가 숲을 이루고 들꽃의 웃음들이 그득한 옛길 순진무구하게 피어나는 그곳에 내가 있고 나는 순수하게 거듭나고 싶다. 나는 이제 깊은 숲처럼 속 깊은 소박한 사람이되어 길들여진 도심으로 돌아간다.
*깃재는 장성군 삼계면 화산리에서 영광군 대마면 성산리로 넘어가는 길로 대마와 삼계 사람들이 사창장과 영광장을 넘나드는데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다. 깃재는 꽤 오래전에 816번 지방도로가 뚫려 재 정상만 같을 뿐 길은 전혀 다른 곳으로 나있다. 들머리는 지금은 폐교된 화산초등학교 옆 화산교 다리 옆으로 난 시멘트 포장길을 따라 걸으면 길 잃을 염려는 없다. 깃재 들머리 옛화산초등학교 가는 버스는 장성 버스터미널에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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