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45
사진 / 고갯마루에서 본 조양강 후두둑 뿌려지는 찬 기운이 차창을 두드린다. 나는 팔짱을 끼고 널부러지고 차는 돌고 돌아 간다. 덜커덩...눈을 뜨니 정선터미널이다. 터미널에 내려 오른쪽, 오른쪽으로 난 도로를 오르면 마른 고추대들 서걱이는 뱅뱅이재 들머리이다. 절로 아라리 한구절이 주절주절 튀어 나온다. "고추밭 풀 뽑으라면 풀 하나 못 뽑는 조 잡년 속곳 가랑이 벌리라면 도둑놈 칼 빼듯 하는구나" 길은 한가락 읊조리게 한다. 50여분 포장된 길은 끝나고 비포장 길이 시작된다. 비포장 길을 걷다 보면 모든게 느리게 다가선다. 그 느림은 빠른 세상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을 불러온다. 어설픈 걸음 만큼이나 어설픈 내 삶이 오고 그 삶들의 배경들이 늘어선 나무처럼 스치고 지나간다. 시릿한 바람에 흔들려 온 ..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43
허접한 것이지만 사진을 정리하다 뿌옇게 만나는 도심의 달빛을 담아 둔 사진 몇 장이 나를 유년의 세상으로 끌고 간다. 사실이지 나는 아주 어렸을 적 기억은 별로 없지만 단 하나의 밤길은 생생하다. 내가 다섯 살인가 여섯 살 때 쯤 어느 날 어머니 손을 잡고 나는 너른 들판 한가운데로 난 시골 밤길을 걸어가고 있었다. 한손엔 내가 이기기 힘든 무게의 술병 하나를 들고 말이다. 무엇 때문에 갔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지만 달빛에 묻어나는 유난히도 하얀 치맛자락으로 얼굴을 가리던 그 밤 나는 어머니 종종걸음을 열심히 따라 걸었다. 달빛은 고요를 넘어 적막을 부르고 시리게 푸르른 하늘엔 별빛이 내 작은 총총걸음 수만큼 빛나고 있었다. 그 때 멀리 민가의 불빛 하나 가물거리며 눈에 들어오자 나는 갑자기 힘이 솟아났다..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39
고맙고 부끄러운 일상을 마음 넓혀 세우고 생각을 깊게하여 살자던... 겉으로 들어난 처지가 바뀔수록 마음 더욱 더 어질게 틔워 살자던... 일상사 갈 곳 몰라 세상에 부딪히는 잘못 된 병 깊어진 나 너의 투터운 마음과 어짊 때문에 세상에 발을 담그고 즐거운 꺼이 울음을 울고 산다. 지난 날은 아득하고 현실은 거칠어져 기질 또한 박약한 내가 굳게서지 못하고 세속의 물결에 휩쓸려 헤어나지 못하는데 너 또한 나를 닮아 가는 것이 생각은 미칠 것 같고 육신은 아찔하여 어디에 멈춰세워야 할지 모르겠다. 숲에 사는 노루 같은 기질로 세상을 살다보면 늘 두귀를 쫑긋 세우고 경계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하건만 늘 그물에 빠져 넘어지고 자빠지고..... 넓은 숲 넉넉한 풀밭에 마음 두고 완고한 성품으로 그 푸른 세상을 그리..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36
마삭줄 붉은 잎새에 그리운 마음을 붙여넣고 나니 어느새 하얀 꽃잎이 싱그러운 당신으로 다가 섭니다. 살며시 붙여놓은 마음에 슬며시 마삭줄을 닮아버린 나 벌써 당신을 붙들고 자라납니다. 당신과 내가 만나 오고 간 세상 마삭줄 꽃처럼 누렇게 익어가고 또 다른 세상길 사랑들도 익어가고 있습니다. 사랑은 사람의 모든 것입이다. 사랑은 세상의 원인이며, 심장이며 목적입니다. 그리하여 사랑은 가족, 이웃, 연인 그리고 세상의 다양한 삶에 다양한 의미로 쓰여지고 있습니다. 사랑은 타는 목마름, 가볍고 무거운 정신, 감미롭고 매혹스런 음성, 터질듯한 정열, 부푼 행복감, 뒤틀린 고통으로 다가와 우리를 늘 자신보다 타인을 위에 올려놓고 살게합니다. 더불어 사랑은 받는 자에 의해 황홀하게 파괴되고 그리고 융합합니다. 사랑..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33
어느날인가 이 땅에 사람이 왔을 것이다. 얼기 설기 집을 짓고 살았을 것이다. 세월이 흘러 어느날인가 누군가 옆에 터를 잡았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불편했을 것이다. 자기만의 공간이란 것이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얼기 설기 무언가로 울타리란 것을 만들어 세웠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울타리 너머로 오가는 서로가 궁금했을 것이다. 그래서 넌즈시 넘겨보는 곳은 늘 설레이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 마음이 눈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눈이 발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 발들 하나 둘 걸음을 만들고 걸음이 걸음 낳고 낳아 길을 만들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길은 우리 곁에 생겨났을 것이다. 늘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고샅길에 흔적을 남기고, 생각이란 것을 뿌리고 스스로 만들고 걸었을 것이다. 때론 성큼성큼 때론 종종걸음치고..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27
사진 / 선운산 길 흐드러진 석산꽃 사시사철 붉은 기운이 돌고 종환이 터지는 선운산 길을 석산꽃 봉오리 하품에 발맞추어 간다. 흐드러진 붉은 꽃들 사이로 고샅길 추억이 자라난다. 붉은 정신이 깃든 잎을 타고 그리운 것들 나를 붙잡아 세운다. 뜨거운 핏줄로 졸고 있는 나... 풍경소리에 깃들어 운다. 세월의 몸짓으로 만든 상처에 둥글고 단단한 옹이가 된 추억은 바람이 된다. 바람이 분다. 내 가슴에도 바람도 분다. 아직도 향기 그윽한 그리움의 바람이 분다. 추억들 하나 둘 떠올라가 무거운 것들 골라내... 길을 만든다. 길이 스치는 곳에 물과 물이 만나고 산과 산이 만나서 계곡을 이룬다. 늘 내 삶을 가지런히 흘려 보내주는 그리운 사람들 곳곳에 고요하다. 산을 넘는다. 추억이 끌고 가는 곳에 말간 내가 보..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25
사진 / 오월 신원사 풍경 길을 나선다. 불현듯 찾아온 오월의 기억을 찾아... 비릿한 흙냄새와 함께 나무들 가지마다 사색으로 늘어 선 연초록 잎새들 가슴으로 피어나 그해 5월을 물들였다. 시간의 범벅이 땀으로 흐르고 나뭇가지처럼 늘어 선 기쁨의 기억도 끝나고 허공만이 늘어 선 이제는 낯 설은 기억... 기억은 거기서 눕는다. 사람 사는 기억의 저편이 이곳이다. 다름 아닌 기억은 삶이기에...현실의 풍경이다. 이런 풍경을 더듬다 보면 기억은 늘 그리움을 끄집어 오고 그 그리움은 좋든, 싫든 언어와 연루되어 있다. 늘 자신을 챙기기 바쁜 세상살이 그리움의 언어는 더욱 궁색한 변명으로 흘러가고 만다. 세상길 만나는 가슴들에 늘은 아니더라도 가끔씩은 아름다운 언어로 다가서도록 한번 쯤 넘겨보자. 시원한 바람이..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1. 13:20
사진 / 도미부인이 태어났다는 미인도 밤을 갉아 먹는 내 정신의 잇빨이 너무나도 날카롭다. 왠일인지 이 밤을 갉아도 갉아도 내 정신의 잇빨은 닳지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나마져 갉아 먹고 있다. 노래 하나를 듣는다. 크라잉 넛의 '밤이 깊었네'란 노래이다. 어느날 여행길 심야버스에 실려 FM 라디오에서 들어 알게된 노래이다. 가사를 요약하면 밤이 깊었고 불빛이 방황하며 춤을추고 밤에 취해, 술에 취해 흔들리고 있는데 벌써 새벽이 오고 있지만 곁은 있어도 혼자, 혼자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항상 당신곁에 머물고 싶지만 밤에 취해, 술에 취해 떠나고만 싶다고 이슬픔을 알랑가 모르겄는 나의 발이여 너만은 내곁을 떠나지 말라고 하나 둘 피워오는 어린시절 동화같은 별을 보면서 오늘밤 술에 취한 마차 타고 지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