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54
사진 / 달마산에서 본 완도쪽 조망 사람은 알면 알수록 더욱 깊어지고 세상길은 젖은 길이 된다. 밤기차 흐릿한 차창으로 비춰지는 풍경들 인연의 고리들이 하나 둘 다가오고 사라져 간다. 풍경들, 어둠과 빛 사이로 나는 그림자가 되어 부유한다. 차창에 코박고 들여다 보는 세상 별빛이 끈적 끈적 손가락에 달라 붙 듯 차창에 붙는 인연들 가깝고도 먼 차창 밖 사람들 끔찍하지만 황홀하다. 사람은 살다보면 좋든 싫든 어우러진다. 그런 어우러짐의 인연들, 말 하나 하나, 몸짓 하나 하나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뭉그적 거리는 일요일 이불깃에서 만나는 모습으로 정겹게들 살아간다. 그러니 만나는 것들 모두 긍정의 눈맞춤이 필요하다. 그런 넋두리 사이를 가르는 여행은 나를 늘 어둠 속에서 인내하며 겸손하게 태어나게 한다. 그..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51
나목들의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바람들의 수런거림을 벗 삼아 걷습니다. 겨울 낮은 담장에 늘 푸르름으로 사는 이끼가 나를 반깁니다. 우리는 부석이는 얼굴울 맞대고 서서 나이를 묻고 통성명을 합니다. 몇살 이시우 오십줄에 도토리 키재기 중입니다. 그런 댁은 몇살 이시우 내 나이를 헤아려본지가 하두 오래되서... 그때 지나가는 바람이 윙윙댑니다. 앗 나에 실수 이 오만을 용서하십시오. 그놈의 바람 성질하곤 나이가 자랑이우 어떻게 사시우 그냥저냥 삽니다. 살얼음 쫀득거리는 이 겨울길에 내 일상이 절로 묻어납니다. 네가 감히, 어딜, 이런 내가 아니던가 갑자기 숭숭 뚫려오는 시린 일상의 언어 앞에 세상사 어느 누구에게도 내가 겸손해야하는 삶이 있다고 이끼는 겨울길에 나를 눕히고 있습니다.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47
시리고 찬 바람 한자락에 긴 세월 하나 붉은 노을비로 내마음에 흩뿌린다. 허기에 걸린 목젖에 가시 하나처럼 켁켁거리며 네가 다가온다. 내 걷 잡을 수 없는 눈물이 되어 흐른다. 단지 친구로서의 서러움이 아니라 황무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내 던져진 인간 일반의 쓸쓸함에 서러워진다. 시릿시릿 떠는 네게 붉은 입술로 세상이 소곤거린다. 오늘 하루 살기에도 바쁜 네게 맥빠진 TV가 한번뿐인 생의 두번째 세번째 삶을 지직대며 두런 거린다. 도깨비풀처럼 달라 붙는 것을 떼어 내는 것이 삶이라는 것을 일찍 알아버린 네게 허망의 아버지 같은 꿈을 TV는 지직거린다. 뻔한 허망의 바다인들 어쩌랴 지리멸멸하는 너의 일상에 유년의 저편 텅 빈 마음 삶의 울림통을 하나 걸고 크게 한번 떵떵거려 보는 것이다.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41
사진 / 거전리 바닷가 일몰 휘도는 갯벌을 달구어 오는 강렬한 빛은 설명되어지지 않는 색감들을 만들고 시시각각 질곡의 바다 위에 뿌려진 빛은 다가올 어둠과 핏빛으로 치열하다. 늘 마음 한구석을 떠도는 알 수 없는 쓸쓸함과 불안감 헛된 시간을 세상에 버리고 있다는 먼지처럼 떠도는 초조감이 굶주린 정신을 이끌고 나서면 나는 이렇게 두서없는 발걸음을 세상에 뿌리고 걷는다. 사람으로 세상을 사는 것 중 가장 커다란 기쁨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발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낭만을 찾아가는 그런 사유가 아니더라도 발걸음이 움직이는 때의 긴장감은 투명한 아침이슬 같은 사유를 내 삶에 적시어 오기 때문이다. 그런 투명한 빛을 쫓는 여행길에 만나는 갈림길은 내가 걷는 삶의 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숱한 갈림..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20. 12:37
사진 / 가장 단정한 절집 무위사 극락보전 나는 가끔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름들을 적어보는 버릇이 있다. 될 수 있으면 예쁜 종이에 정들여 쓰는 글씨로 말이다. 그리곤 모습들을 떠올리거나 상상을 해본다. 그리고 다시 내가 좋아하는 점들을 다시 또박 또박 적는다. 만날 땐 얼글이 붉어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마음들을 아주 정직하게 써 내려간다. 웃는 얼굴이 좋다거나, 우습지만 엉덩이가 이뻐서... 친절한 마음이... 열심히 사는 모습이... 건강한 정신이... 윤기나는 머릿결이... 길어서 예쁜 손가락 때문에...등등 그러면 그 흔하던 사람들의 적대감이 사라진다. 사람에게서 적대감이란 아득하고 아득한 지독한 상처로 나타난다. 적대감이란 다름아닌 나쁜 기억이 부르는 언어의 유혹이니까 그래서 인연의 고리들을..
사는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9
여행은 이야기이다. 하나는 끊임없는 상상의 이야기요 또 하나는 자연과 사람과 정신과의 추억이다. 마지막엔 상상과 추억을 사색과 기억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나는 걷는 여행을 좋아한다. 내 육체와 정신을 열어 놓고 자연과 마주하며 걷는 맛은 걷는 여행자만의 기쁨이다. 흙과 내 발이 만나서 그 순간 만큼은 오로지 내가 자연의 일부로 홀로 서는 것이다. 침묵으로 세상을 횡단할 때 자연의 소리에 귀가 기울어지고 내 가슴과 나무들과 수런거리는 바람 소리가 지리멸멸한 지친 삶에 내 정신성을 다시 새겨 넣는다. 자연과의 고스란 기억의 세계를 삶의 순간 순간에 빠져들면 침묵의 고즈넉한 자연의 감각이 내 삶을 평정한다. 나는 내 푸른 청춘과 맑은 눈과 넉넉한 가슴을 위해 오늘도 기억과 상상의 어딘가를 걸어 갈 것이다.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6
사진 / 정상에서 바라 본 남해의 고흥만 산은 묵언(默言)과 매력이 엉켜 있는 대상이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는 그 침묵의 깊이 때문이요. 그 깊이를 끝없이 끌고 가며 미래화 시키는 매력 때문이다. 산을 찾는다는 말로는 산행이라는 것과 등산이라는 말이 있다. 산행은 산으로 간다 또는 산길을 걷는다는 표현이고 등산은 산을 오른다는 뜻이다. 말이야 어떻게 쓰든 의미만 전달 된다면 할말은 없지만 산으로 간다, 산길을 걷는다와 산을 오른다는 뜻은 분명 다르다. 나는 산행이란 표현이 지극히 온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등산이란 말은 산을 점령한다는 뜻의 공격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산은 사람이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대상이 아니다. 산은 사람과 어울려 스스로 그러하는 자연속의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간단한 뱉어내는 한..
여행이야기 남주네 2017. 11. 18. 18:33
사진 / 깃재 정상에서 본 영광쪽 조망 내가 오늘 걸어 넘을 깃재라는 곳의 반토막은 내 한시절이 숨쉬는 곳이다. 길을 나서자 맨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앞밭 뒷밭에서 골라주운 돌맹이로 만든 돌담을 두룬 낮게 엎드린 촌가가 들어온다. 돌들의 색감 만큼이나 시간이 용해된 곳에 삶의 기억들이 모여든 집 낮은 담장 너머로 들어 오는 부드럽고 포근한 하나의 풍광... 지금 가는 이길은 세월 저편 힘든 시절 나의 안이 되어 주었던 길이다. 지금은 나에게서 가보기도 힘든 바깥길이 되어있지만 말이다. 세상에 바깥이 없다면 안은 얼마나 답답할 것인가 자라도 한참 웃 자란 지금의 안이 답답할 때 더듬는 그 옛날의 안쪽길 다른 사람에겐 별무 반응의 길일는지 모르지만 나에겐 깃재란 길은 시적 감흥이 일어나는 바깥길이다. 그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