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조서산 상사봉

사진 / 도미부인이 태어났다는 미인도  

밤을 갉아 먹는 내 정신의 잇빨이 너무나도 날카롭다. 왠일인지 이 밤을 갉아도 갉아도 내 정신의 잇빨은 닳지가 않는다. 그리하여 나는 나마져 갉아 먹고 있다. 노래 하나를 듣는다. 크라잉 넛의 '밤이 깊었네'란 노래이다. 어느날 여행길 심야버스에 실려 FM 라디오에서 들어 알게된 노래이다. 가사를 요약하면 밤이 깊었고 불빛이 방황하며 춤을추고 밤에 취해, 술에 취해 흔들리고 있는데 벌써 새벽이 오고 있지만 곁은 있어도 혼자, 혼자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다고 항상 당신곁에 머물고 싶지만 밤에 취해, 술에 취해 떠나고만 싶다고 이슬픔을 알랑가 모르겄는 나의 발이여 너만은 내곁을 떠나지 말라고 하나 둘 피워오는 어린시절 동화같은 별을 보면서 오늘밤 술에 취한 마차 타고 지친 달을 따러 가야한다고 아침이 밝아오면 저별이 사라질텐데...라고... 아침이 밝아오고 있다. 지친 별은 애를 타게 자신을 따기만 기다리다 집으로 돌아가고 나는 사랑을 다시 뒤적여야할 조서산으로 발길을 옮긴다. 조서산은 충남 보령시 오천면에 있는 아주 낮은산이다. 구비 구비 뻗어 온 차령산맥이 서해에 빠지기 전에 만든 산이 조서산이다. 산을 타고 오르면 10여분만에 도미부인 사당이 있고 조금 더 오르면 작지만 신라 때 창건된 유서 깊은 선림사란 절이 자리잡고 있다. 선림사에서 40여분 오르면 정상인 상사봉에 도착한다. 상사봉엔 정자가 있고 광천, 오서산,오천항 등 조망이 시원스럽게 펼쳐 있다. 한쪽에는 상사봉의 유래가 새겨진 비석이 세워져 있다. 상사봉은 도미부인이 남편을 그리워하며 바다를 내려다 보았다는 곳이다. 삼국사기 잡기에 실린 도미부인 설화는 이렇다. 도미(都彌)는 백제 사람이다. 그는 비록 신분이 낮은 백성이었으나 자못 의리를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아내 역시 용모가 아름답고 절개가 높아 사람들의 칭찬을 받고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개루왕(蓋婁王)이 도미를 불러 말했다. "무릇 부인의 덕이란 깨끗한 절개를 앞세우는 것이나 만일 사람이 없는 깊숙한 곳에서 그럴 듯한 말로 꾀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 자가 없을 것이다." 하니, 도미는 대답했다. "사람의 마음은 가히 헤아릴 수 없는 것이기는 하오나 저의 아내만은 비록 죽는 한이 있더라도 변함 없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했다. 이에 왕은 도미 아내의 마음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할 일이 있다는 핑계로 도미를 궁궐에 붙잡아 두었다. 그리고는 신하 한 사람을 왕처럼 꾸며 왕의 의복을 입혀서 말을 태워 도미의 집으로 보냈다. 그 신하는 밤에 도미의 집에 도착하여 거짓으로 왕의 행차를 알린 뒤 도미의 아내를 불러 "내 너의 용모가 어여쁘다는 말을 듣고 너를 좋아한지 오래 이제 도미와 내기하여 너를 차지하게 되었다. 내 너를 맞이하여 궁인으로 삼겠으니 너는 나의 것이 되었느니라" 하고는 도미의 아내를 범하려 하니 "국왕께서는 농담이 없으신 줄 아온데 제가 감히 순종치 않겠습니까 대왕께서 먼저 방으로 들어가 계시오면 옷을 갈아 입고 들어가 모시겠사옵니다" 하며 도미의 아내는 물러나와 한 계집종을 자기처럼 꾸며 방으로 들여보냈다. 뒤에 사실을 안 개루왕은 자기가 속은 것을 알고 크게 노했다. 왕은 도미에게 일부러 죄를 내려 도미의 두 눈동자를 뺐다. 그리고는 사람을 시켜 그를 끌어 내어 작은 배에 실어 강물 위에 띄워 버렸다. 그리고 왕은 도미의 아내를 궁궐로 끌어다가 강제로 간음하려 하니 도미의 아내는 말했다. "남편을 잃고 혼자 몸이 되고 보니 능히 혼자서 살아갈 수 없을 듯하옵니다. 하물며 왕을 모시게 되었는데, 어찌 감히 명을 어기겠습니까. 그러하오나 지금은 월경으로 온몸이 더러우니 다른 날을 기다려 깨끗하게 목욕을 한 다음 오겠나이다" 왕은 그 말을 믿고 허락하였다. 도미의 아내는 그 즉시 도망하여 강가에 이르렀다. 그러나 강을 건너지 못하고 하늘을 우러러 통곡하노라니 갑자기 조각배 한 척이 나타나 물결을 따라 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 배를 타고 천성도(泉城島)에 이르러 도미를 만났다. 도미는 아직 죽지 않고 풀뿌리를 캐서 먹고 있었다. 그들은 드디어 함께 배를 타고 고구려의 산산(蒜山) 아래에 당도하였다. 고구려 사람들이 그들을 불쌍히 여겨 옷과 밥을 주니 그 곳에서 일생을 마쳤다. 이상이 삼국사기에 실린 도미부인 설화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사랑이 본질 밖으로 벗어나 있음을 쉽게 본다. 마음이 열린 시대가 언제적 일인지 기억이 없는 물질만 번뜩이는 시대만 있어 왔다. 현대 들어서는 더욱 심화 되어 담장을 쌓고, 유리 파편을 세우고, 철조망에 카메라 까지 등장하고 이제는 빛 까지 등장했다. 사랑은 자기애(自己愛)이다. 사랑의 본질은 자기를 꿰뚫어 보는 것이다. 그 본질을 가지고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자신의 몸처럼 말이다. 그러기에 사랑은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못한다면 사랑은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랑이 원하는 것은 사람의 본성이다. 그러기에 사랑을 하려면 덕과 지혜를 쌓아야 한다. 사랑을 받는 크기를 늘려야 줄 수 있는 크기도 늘어난다. 지혜는 스스로에게 진정한 사랑의 크기를 만들고 덕은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줄 수 있는 크기를 만든다. 세상이 아는 만큼만 보인다고 했듯이 자신을 아는 만큼만 남이 보이고 나를 사랑한 만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그러기에 스스로를 관조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 오늘 내 성찰의 길이 또 하나 낮게 흐른다. 

*보령이나 광천에 가면 선림사 앞을 가는 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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