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팔영산

사진 / 정상에서 바라 본 남해의 고흥만 

산은 묵언(默言)과 매력이 엉켜 있는 대상이다. 내가 산을 찾는 이유는 그 침묵의 깊이 때문이요. 그 깊이를 끝없이 끌고 가며 미래화 시키는 매력 때문이다. 산을 찾는다는 말로는 산행이라는 것과 등산이라는 말이 있다. 산행은 산으로 간다 또는 산길을 걷는다는 표현이고 등산은 산을 오른다는 뜻이다. 말이야 어떻게 쓰든 의미만 전달 된다면 할말은 없지만 산으로 간다, 산길을 걷는다와 산을 오른다는 뜻은 분명 다르다. 나는 산행이란 표현이 지극히 온당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등산이란 말은 산을 점령한다는 뜻의 공격적인 말이기 때문이다. 산은 사람이 공격하거나 점령하는 대상이 아니다. 산은 사람과 어울려 스스로 그러하는 자연속의 하나의 대상일 뿐이다. 간단한 뱉어내는 한마디 말일 뿐이지만 산을 오른다는 것은 그 마음 속에 산을 짓밟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린 산을 코 앞에 두고 산을 찾는다거나 길 위에서서 길을 찾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어느때 부터인가 우리 자신도 모르게 산이나 길을 소유의 대상으로 여겨 왔다. 산과 길은 삼겹살이나 소주처럼 우리가 소유하는 물건이 아니다. 바꿔 말하면 세상에 속하면서도 세상 이치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는 것이 산과 길이다. 산과 길은 거기에 있으면서도 결코 거기에 있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산이 있으므로 산으로 간다는 말이 성립된다. 사람은 산과 길의 움직이는 아주 미약한 흔적일 뿐이다. 사람은 산에 속해 그곳에 머무르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이 발로 걸었던 어느 곳에도 사람의 마음은 머무르지 않는다. 그래서 등산이라는 말은 적절치 못한 말이다. 산행은 숨박꼭질이다. 깊은 수줍움으로 골짜기로 숨어 들어가면서 그 무엇을 그리워하며 동경하는 행위이다. 산길을 걸을 때면 우린 산의 겉만 훑고 간다. 또한 산길은 끝이 있어 산의 깊이를 드러내 주는 것도 아니다. 산길을 따라 걸으면 밤에 옥수수가 자라듯 걷는 내 마음이 걸음 걸음에 바뀌어 갈 뿐이다. 그런 온당치 못한 말을 하고 사는 나를 오늘 팔영산과 어울려 사는 고흥 앞바다에 나를 띄워 보낸다. 

*팔영산은 고흥군 점암면 성기리에 있는 높이 608m의 그리 높은 산은 아니지만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암벽으로 된 여덟개의 봉우리로 되어 있다. 산 아래 자락은 육산으로 봉우리는 바위로 이루어져 있는 위험한 산행길이지만 로프나 계단이 잘 설치되어 있어 조심하면 노약자도 산행을 할 수 있다. 이 산의 맛은 아래 펼쳐진 남해바다의 아름다운 풍광이다. 특히 이 산은 물이 귀한 산으로 식수를 중간에 마련할 수 없으므로 반드시 물을 충분히 준비하고 암벽에 맞는 신발을 갖추고 가시길 바란다. 산행소요시간은 5시간 가량 소요되며 능가사쪽을 산행깃점으로 삼아야 어려움이 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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