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길넘기

옛길을 걷습니다. 늘어붙어 앉은 인간의 흔적들을 헤집습니다. 울며 불며, 밀고 당기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웃는가 싶으면 한숨쉬는 인생 같은 옛길, 옛길 같은 인생들이 세월을 붙잡습니다. 세월에 지친 내 인생살이 슬프다가도 옛길에 품어진 인생들 사연 하나 꺼내들면 나는 하찮은 슬픔에 젖어 살고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울퉁불퉁 옛길을 그래서 나는 즐겨 걷습니다. 옛길은 어떤 마음으로 가더라도 넉넉하게 받아주는 가슴 깊은 사람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뭐니 해도 옛길의 으뜸 덕목은 사람을 주눅들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요즈음 단순 편리와 이익을 위해서 닦아놓은 길이 아니라 사람이 주인임을 확인시켜주는 비장함이 있습니다. 눈에 밟혀오는 이 땅의 옛길을 생각하면 내 속좁음에 화가 날 만큼 넓은 가슴 그대를 생각케합니다. 사라져 가는 옛길의 향수를 달래려면 또 꿈길에 들어야 합니다. 꿈길에 만나는 옛길에게 말할 것입니다. 나를 키워준 것은 탄탄대로 그 환한 길이 아니고 꼬불 꼬불 이리 저리 휘고 도는 어렴풋한 옛길이었다고..... 하지만 옛길이여 미안하고 미안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당신을 잡고 살지 못합니다. 그러니 옛길이여 부디 살아 남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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