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가

봄비 흩뿌리는 새벽 가로등 빛에 묻어 오는 엷은 빗방울에 창턱을 괴니 밤비에 걸린 그림자 하나 어린날을 불러옵니다. 어머닌 장고를 무척 잘치셨습니다. 기분이 나시면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장고 가락에 맞춰 한곡조 하시던 모습이 잔잔한 봄비 건너 산수유 자락에 갖 피어난 한촉 꽃송이에 환하게 웃고 계십니다. 어머닌 그렇게 흥을 즐기셨지만 일상에 흐르는 한스런 세상 눈물을 머리에 이고 당신 자신은 철저히 감추고 사셨습니다. 세상을 이별 하시고 땅 밑 당신만의 세상으로 거쳐를 옮기시던 날 그날도 이렇게 봄비가 추적이고 있었습니다. 시큼한 김칫국처럼 사셨던 어머니 얼굴이 봄비에 얼룩진 창너머 둥근 가로등 빛에 한폭 치마로 덮여 옵니다. 언제나 푸르름으로 나를 지켜 선 곱사등 어머니 삶의 잔등에 나무와 풀과 바람과 별을 어우린 세월을 통해 어머닌 나의 콧등을 만드셨습니다. 콧물처럼 흐르는 세월을 젖은 손길로 훔쳐주시던 봄비를 타고 흐르는 유년의 봄날이 새벽 바람에 슬프고, 쓸쓸한 정다운 길 하나로 놓여옵니다. 봄비 추적이는 새벽 이제서야 깨닫는 섧던 이별가 가락 어머니의 그 세상 이별가 한가락을 가만히 불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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