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선운산

사진 / 선운산 길 흐드러진 석산꽃 

사시사철 붉은 기운이 돌고 종환이 터지는 선운산 길을 석산꽃 봉오리 하품에 발맞추어 간다. 흐드러진 붉은 꽃들 사이로 고샅길 추억이 자라난다. 붉은 정신이 깃든 잎을 타고 그리운 것들 나를 붙잡아 세운다. 뜨거운 핏줄로 졸고 있는 나... 풍경소리에 깃들어 운다. 세월의 몸짓으로 만든 상처에 둥글고 단단한 옹이가 된 추억은 바람이 된다. 바람이 분다. 내 가슴에도 바람도 분다. 아직도 향기 그윽한 그리움의 바람이 분다. 추억들 하나 둘 떠올라가 무거운 것들 골라내... 길을 만든다. 길이 스치는 곳에 물과 물이 만나고 산과 산이 만나서 계곡을 이룬다. 늘 내 삶을 가지런히 흘려 보내주는 그리운 사람들 곳곳에 고요하다. 산을 넘는다. 추억이 끌고 가는 곳에 말간 내가 보인다. 아련한 자궁 속 양수를 타고 흐르고 흘러 온 가슴을 쫓던 기억들, 가볍고 가벼운 가슴이 없는 주검들 뻣뻣한 기억으로 떠돌고 교활하게 살아남은 나는 그들에게 따뜻한 무덤이 되어 걷는다. 거울 속을 들여다 보듯 내 정신을 굽어 보고 걷는 길 팽창하는 삶을 읽어 들이는 붉은 기운이 짙을수록 내 삶의 질량도 높아진다. 거칠게 되바라진 곳에 버티고 선 내게 나무들 친절도 하다. 사람들은 모르리라 선운산 붉은 빛에 파묻혀 걷는 들뜬 꿈을 물과 빛과 소리가 뒤엉켜 미친 듯이 걸음을 낳는 까닭을 수 많은 걸음이 꿈 밖으로 빠져나와 바람을 낳는 길을 사랑이 슬금슬금 안개를 몰고와 초록잎 희미하게 멀어져 가는 길을 용문굴 품은 생각 하늘로 오르기를 해리장 너머 복동 고인돌에 괴고 앉은 사랑을 세월 흐를수록 빛나는 꿈들 텅 빈 허공이 보여주는 그 아름다움을 노랑나비 날개에 실려 오수에 빠진 봄날 잊혀진 그리움 귓볼 간질이는 추억의 길을 온갖 것들이 몸에 젖어 감기는 기둥처럼 완강한 슬픔의 선운산을... 그리움이 부여잡는 그곳에.. 사는 것이란 이런 것이다고.. 선운산 길은 추억과 미래로 이끈다. 오늘도 몸은 걸음 걸음 낮아지고 마음은 걸음 걸음 깊어만 간다. 

*고창버스터미널에 가면 선운산 가는 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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