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 남종~강하 337번 지방도로
- 여행이야기
- 2017. 11. 20. 12:58
강물은 흘러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스치듯 흘려버린 사람의 삶이라는 것 또한 돌아오지 않는다. 오늘은 되돌릴 수 없다는 이유 하나를 들고 길을 나선다. 길은 어디서고 되돌려 고쳐 걸을 수 있는 탓이리라. 삶을 추스르며 걷는 걸음은 어느새 337번 지방도로에 와 있다. 팔당호을 끼고 도는 이 길은 남종-강하를 이어주는 강변길이다. 나는 이 길을 높다랗게 거친 걸음으로 무수히 지나쳐 갔었다. 오늘은 낮고 좁은 보폭으로 강을 따라 내려 앉듯 펼쳐진 길을 걷는다. 강물은 정 따라 맴도는 이별을 추스러 그리움을 만들고 있다. 낮고 깊은 마음들이 그리움으로 뒤덮여 가는 강변 길 허물없는 바람이 움츠린 어깨를 활짝 펴게하고 시원한 바람이 얽힌 세상사를 풀어 헤치자 강물은 사람답게 만드는 정겨움 들로 내 어깨를 친다. 이런 저런 마음으로 강변 길을 걷다 보면 어느덧 길은 탕진하는 세월이라는 이름을 불러 들인다. 하나 둘 쌓여가는 세월들 위로 어깨 들썩이며 푸르른 시절의 높아만 갔던 희망이 발길을 잡는다. 뒤틀려 붙잡힌 발목에 통증이 오자 흐린 기억들은 잔물결을 일으킨다. 푸석푸석한 지나간 삶들의 깁고 기운 기억들이 삶을 아우르고 나서면 빈둥거리듯 걷는 걸음이 오히려 생각을 깨어나게 한다. 단순하고 느긋한 걸음 앞에 내가 제일이라는 자만심을 버려두고 오고 가는 것들을 관조하면 보이지 않는 느림의 미학이 저절로 살아나 스스로의 그러함이 세상 모두에게 존중함을 가지게 만드는 마음을 불러 들인다. 그러면 닳고 닳은 문지방의 검은 얼룩처럼 떠돌던 말들이, 들끓던 자본의 냄새들이 바람 따라 떠나고 하나 둘 문지방을 따라 넘는 뚜벅 걸음의 이웃들 그 젖은 발자국 따라 나도 그들의 삶 속으로 따라 든다. 풍경과 어우러진 고단한 하루가 가고 세월처럼 깊은 어둠이 온다. 하나 둘 검은 문지방을 넘어 세월만큼 벌어진 틈새 사이로 이웃들의 꿈들이, 추억들이 촉촉히 젖어 흘러 간다. 둥그런 일상, 정제된 언어로 오가는 몇 마디의 말들 사이로 어둠 짙은 한낮의 세상 길에 늘 하루가 무사하다는 것은 고맙고 즐거운 나의 이웃들이 있기 때문이다. 낯선 길 모퉁이 풀어 헤쳐진 연기 사이로 따뜻한 밥짓는 냄새가 강물을 따라 마음에 그득해 오면 살부비며 둘러앉은 내 작은 삶 앞에 두런두런 불빛으로 다가서는 나의 이웃들 그들의 잘게 썬 웃음들이 잔물결로 강변 길을 물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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