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거전리 바닷가
일몰
휘도는 갯벌을 달구어 오는 강렬한 빛은 설명되어지지 않는 색감들을 만들고 시시각각 질곡의 바다 위에 뿌려진 빛은 다가올 어둠과 핏빛으로 치열하다. 늘 마음 한구석을 떠도는 알 수 없는 쓸쓸함과 불안감 헛된 시간을 세상에 버리고 있다는 먼지처럼 떠도는 초조감이 굶주린 정신을 이끌고 나서면 나는 이렇게 두서없는 발걸음을 세상에 뿌리고 걷는다. 사람으로 세상을 사는 것 중 가장 커다란 기쁨은 어디론가 떠날 수 있다는 발을 가지고 사는 것이다. 낭만을 찾아가는 그런 사유가 아니더라도 발걸음이 움직이는 때의 긴장감은 투명한 아침이슬 같은 사유를 내 삶에 적시어 오기 때문이다. 그런 투명한 빛을 쫓는 여행길에 만나는 갈림길은 내가 걷는 삶의 길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한다. 숱한 갈림길 투성이 인간의 길은 늘 선택의 길이다. 지나온 삶을 뒤적이다보면 버려야만 했던 갈림길 하나는 늘 회한으로 남는다. 인간의 길은 사실 정도가 없다. 어느 길에 들어서든지 걷는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인간은 길의 정도를 찾아 이리저리 기웃거린다. 그 부질없는 정도를 찾는 삶은 결국 허망을 부른다. 인간의 길의 정도는 인간이 걸어 온 길 뒤에 그사람의 흔적으로 나타난다. 인간의 뒤를 따르는 길의 정도 앞만 보고 기웃거리는 사람에겐 찾을 길이 없다. 석양은 허망의 길을 찾다 지쳐가는 내 게으른 삶의 긴 그림자를 남긴채 그만의 세상으로 가고 욕망과 관념으로 사는 나 또한 나만의 세상으로 간다. 인간의 길의 정도는 늘 감춰진 자신의 뒤에 있다.
*김제 거전리는 심포항과 망해사를 이웃에 두고 있는데 썰물이 될 때 심포를 출발하여 바다를 따라 걸어 거전리에 이르면 갯벌 풍광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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