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황이야기

주황색은 우리 삶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색이다. 최근 주황의 선호도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주황하면 어떤 색이라는 관념이 희박하다. 그만큼 주황은 사람의 생각과 상징의 세계에서 부차적인 역할을 한다. 주황은 흔히 만나는 색이지만 연상되는 개념이 극소수에 불과하다. 주황은 빨강과 노랑을 혼합해서 만들지만 상징적인 의미에서는 빨강과 노랑과 많은 대립을 보여준다. 검정이나 흰색은 새까만 검정, 새하얀 흰색 등 강도의 높낮이를 나타내는 말이 많이 있지만 주황은 이런 표현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주황은 그 자체가 변화로은 색이다. 우리가 만나는 일출이나 일몰에 만나는 주황색이 대표적이다. 주황이란 이름은 과일 오렌지와 함께 생겨났다. 오렌지가 유럽지역에 들어 오기 전에는 주황이란 단어를 찾아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괴테도 그의 색채론에서 주황을 노란빨강이라고 쓰고 있다. 과일 오렌지는 인도가 원산지이다. 원산지 인도에서는 나랭(nareng)이라고 불렀는데 아라비아 지역으로 건너와 나랑(narang)으로 불리게 되었다. 아라비아의 오렌지는 십자군 전쟁을 통해 유럽으로 건너와 프랑스에 재배되기 시작했다. 프랑스인들은 오렌지의 광택이 황금의 광택과 유사하다하여 프랑스어 황금을 뜻하는 오르(or)를 나랑(narang)에 붙여 오랑주(orange)라 부르게 되었다. 오렌지는 꽃이 피는 동시에 열매를 맺는 특이한 식물로 다산을 상징한다. 유럽에서는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을 경우 신부의 화관에 진주알 크기의 매혹적인 향기를 발하는 하얀 오렌지꽃을 많이 썼다. 독일에서는 오렌지를 아펠지네(Apfelsine)라고 불리는데 이는 중국산 사과라는 뜻이다. 아펠지네는 사과라는 아펠(Apfel)과 영어로 죄악을 뜻하는 진(sin)의 합성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 에덴동산에서 아담과 이브가 먹었던 선악과가 혹시 아펠지네(오렌지)가 아니었을까? 주황의 맛은 복합적이다. 빨강은 단맛, 노랑은 신맛을 느끼게하고 주황색 소스는 새콤달콤한 맛을 낸다. 살구, 복숭아, 망고, 당근, 새우, 연어, 바닷가재, 소지지 등 많은 식품들이 주황이다. 이 주황색 음식들은 왠지 그냥 맛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는건 주황색은 맛있는 색이라는데 있다. 주황이 지닌 가장 색감의 훌륭한 장점은 즐거움과 사교 같은 흥겨운 일을 연상시키는 일이다. 빨강과 노랑은 너무나 대립적이어서 함께 어우러지는 즐거움을 만들어내지 못하지만 주황이 들어가면 이 두색을 연결하며 조화를 이루어 흥겨워 보인다. 주황은 파랑의 보색이므로 파랑의 정신적이며 사색적이고 고요한 특성과 정반대의 특성을 가진다. 반 고흐는 '파랑이 없는 주황은 없다'고 말했는데 '주황이 파랑으로 둘러 쌓여을 때 가장 영향력이 강하다'는 의미이다. 바꿔 말하면 파랑은 진할수록 어두워지며 주황은 진할수록 빛을 발한다. 주황은 튀는 색이다. 고로 외향적인 색이고 이국적이며 잘난 척하는 색이다. 가장 과시적인 색을 꼽자면 금색 다음으로 주황색을 꼽을 수 있다. 괴테가 살던 시대는 점잖은 색을 선호하는 시대였다. 그래서 노랑빨강으로 주황을 부르던 괴테는 노랑빨강은 최고의 에너지의 색이다고 말했다. 더불어 어린아이와 자연인,원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고 말했다. 주황은 시각적으로 튀는 색이어서 광고 디자이너들이 많이 사용하는 색이다. 그래서 그런지 빨강처럼 주황에 식상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다. 주황은 즐거움을 띤 색으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못하는 색이다. 그래서 주황은 값비싼 사치품의 색으로 등장하지 않는다. 주황이 이렇게 싸구려 느낌을 갖는 것은 다름 아닌 플라스틱과의 관련이다. 플라스틱은 오랫동안 주황색으로 된 제품이 주류를 이루어 왔다. 1970년대 인공 재료 플라스틱이 등장하자 개발자들은 자긍심이 대단했다. 자연 소재에는 주황이 없기 때문에 주황은 자연히 플라스틱의 대명사가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 흔한 주황에 식상해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플라스틱에서 주황은 사라져 갔다. 하지만 주황이 플라스틱에서 사라진 진짜 이유는 사람들이 식상해서가 아니라 주황색 플라스틱이 가진 맹독성 색소 때문에 제조자들이 기피했기 때문이다. 주황색의 옷은 자연스럽게 입는 옷이 아니며 검정이나 회색처럼 언제 어디서나 어울리는 색이 아니다. 주황은 독창적인 색이며 자유분방한 색이다. 주황은 그래서 위험을 알리는 색이다. 독극물 표시에는 주황 바탕에 해골이 그려진다. 유람선의 구명조끼, 청소부 아저씨들의 안전조끼, 건설현장의 안전조끼 등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안개가 짙을 때 눈에 잘 띄는 색이 자동차 색으로 적당하다고 권하지만 주황색 자동차를 사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것은 자동차를 사치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치품은 외관이 더 중요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검정자동차보다도 주황색 자동차가 더 비싸다. 이유는 주황 안료가 검정 안료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주황색의 옷은 남자보다는 여자가 주로 입지만 주황색에 어울리는 여자는 드물다고 한다. 주황색 옷은 전형적인 여름의상으로 피부색이 어두운 여자 피부가 갈색으로 그을린 여자에게 특히 인기가 있다. 피부가 하얀 사람이 주황의 옷을 입으면 주황의 강렬함 때문에 옷을 입은 사람의 인상이 약해지거나 흐려지기 때문이다.감정의 고조를 나타내는 색은 노랑-주황-빨강이다. 가볍고 명랑한 노랑의 활동이 고조되면 주황이 되고 더욱 고조되면 주황의 역동성이 정열의 빨강으로 향한다. 주황은 빛과 따스함의 결합체로 아늑한 공간을 만든다. 주황은 밝지만 노랑처럼 눈부시지 않으며 따뜻하지만 빨강처럼 덥지 않다 . 주위를 밝히고 덥혀주는 주황은 정신과 육체가 함께 즐거운 이상적인 혼합이다. 주황에 흰색이 섞이거나 갈색 톤이 들어가면 원래의 강렬함을 잃지만 그래도 여전히 따스한 느낌을 준다. 주황은 남성적인 빨강을 추구하는 여성적인 색이다. 주황은 종교의 색이다. 특히 동양권 종교의 특색이다. 이 종교와 관련된 색이야기는 한권의 책을 만들 만큼 다양하다. 그러기에 접어야 할 것 같다. 주황은 흔하지만 독특하고 천하지만 감성적인 색이다.

*color 카테고리에 쓰여진 각종 색이야기는 Eva Heller의 '색이 감정과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서 참고하였습니다.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