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이야기와 짝을 맞추려면 은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은색은 색으로서는 가장 나중에 생각나는 색이다. 그 만큼 색으로 인식되어지지 않는 구석이 많다는 뜻이다. 은색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귀금속으로서의 은이다. 그리고나면 금의 뒤를 따라 다니는 영원한 2등 은메달이 떠오른다. 우리는 금과 은이라고 부르지 은과 금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이처럼 은색은 추가의 색이지 근본의 색은 아니다. 은혼식은 결혼의 25주년을 말하고 결혼 50주년은 금혼식이라 말한다. 은은 금보다 두배나 가볍고, 은은 금보다 대략 50배쯤 싸다. 물 1리터는 1kg의 무게를 가지고 있고 같은 질량의 은은 10.5kg의 무게를 가지고 있다. 은은 이렇게 무거운 편에 속하는 금속이지만 금보다는 두배나 가볍다. 그래서 은색은 가벼운 색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처럼 은은 금의 부차적 수단으로 등장하다보니 은으로 만들어진 사물은 크기와 상관없이 언제나 작은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악세사리류의 대부분은 은을 재료로 하거나 은색 도금의 금속을 쓴다. 속도와 관련지어 생각하며 떠오르는 색으로는 은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은색이 사람의 뇌리에 첫번째로 떠오르는 극소수의 개념 중 하나가 이 속도와의 관련이다. 그런데 이 은색의 속도와 관련된 재미난 일화가 있다. 독일의 경주용 자동차 벤츠는 '은빛화살'이라는 별칭이 있다. 벤츠의 원래 색은 경주용 자동차에 할당된 흰색이었다. 하지만 1934년 6월2일 뉘어부르크 자동차 경주장에서 경주가 시작되기 전날 밤 벤츠는 허가된 무게보다 1kg이 더 무겁다는 사실이 밟혀졌다. 그런데 누구의 기발한 아이디어인지는 모르지만 그날 밤 무게를 줄이기 위해 흰색 페인트를 모두 벗겨내자. 벤츠는 알루미늄의 재질 그대로 은색 광채를 발했다. 자동차 경주 연맹측은 흰색이 아닌 은색의 벤츠를 허가할 것인지 고심하다 은색과 흰색은 의미가 같다고 판다하여 경주 참가를 승인했다. 그리고 벤츠는 승리했다. 벤츠의 이 실버룩(silber look)은 광고 효과로도 대성공을 거두고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이 실버룩을 따라 모두가 은빛화살을 따라 꿈꾸게 되었다. 그 이후로 벤츠는 은색으로 변해 지금 까지 계승되고 있다. 사실 은색은 밝은 광택을 가지고 있어 태양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열을 감소 시킨다. 그러기에 현대의 경금속은 모두 은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속도를 가진 비행기, 기차, 자동차등은 주로 경금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은색은 속도를 뜻하는 색으로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귀금속임에도 사용하지 않으면 검게 변해 냉대 받는 은은 옛날에는 게으름의 상징이었다. 하지만 현대의 은색의 사고는 역동성과 스포츠의 상징이다. 은은 세계 어디에나 있다. 특히 대부분 금이 있는 곳엔 은이 있다. 귀금속 중 은은 가장 많은 생산량을 가지고 있다. 광산에서 캐낸 은은 순수하지 않아 니켈, 아연, 주석, 납, 구리, 그리고 때로는 금과 플라틴도 섞여 있다. 은은 비금속과도 결합되어지는데 방연광은 유황과 납의 합성물이지만 은이 1% 포함되어 있어 은의 절반 가량은 이 방연광에서 나온다. 은은 0.00027mm까지 얇게 가공할 수 있어 0.5kg의 은으로 1km의 은사를 만들 수 있다. 은은 장신구에 15%가, 사진관련 화학산업에 30%가 소비되고 있으며 20%는 전자산업에 사용되고 있다. 은은 전기와 열의 전도가 높아 보온병, 빛을 잘 반사하여 거울, 살균기능이 있어 정수기에 또한 은단 같은 식품의 염색제로도 쓰인다. 지금은 사라져 가지만 옛날에는 은화제조에도 많이 사용되었다. 은은 귀금속이지만 금의 빛에 가려 늘 들러리에 그친다. 그래서 금은 이상적 가치를 은은 물질적 가치를 상징한다. 금과 은은 돈의 색이다, 하지만 금은 일상적 거래에 쓰이기에 너무 값이 비싸다. 그래서 금은 모아서 가치 기회로 두고 살지만 은은 유통의 수단으로 사용 되었다. 그 유통수단으로서의 화폐의 대표적인 것이 은화이다. 은도 금과 마찬 가지로 순수한 은은 너무 약해서 그대로 가공할 수 없다. 그래서 은은 구리와 니켈과 아연을 합금하여 가공한다. 재미난 것은 오래된 은은 오래된 금보다 비싸다는 것이다. 이유는 은은 부식되기 때문에 어느땐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금과는 달리 은은 색깔을 가지고 함량을 알기가 어렵다. 은의 함량은 무게로도 알기가 쉽지 않다. 그 이유는 은의 합성물은 대부분 은과 무게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은을 위조하려는 사람들에게는 아주 좋은 환경이다. 옛날 주화의 은 함량은 변화무쌍했다. 지배자들은 쉽게 돈을 더 많이 버는 방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돈을 벌기 위해 기존의 주화를 무효화하고 새로운 주화를 만들어 사용하게 하면서 은의 함량을 줄이는 방법을 쓴다. 지금도 권력의 성질은 변하지 않고 방법만 달리 사용할 뿐이다. 금과 은은 해와 달, 남자와 여자처럼 대립의 쌍으로 서 있다. 잉카인들은 은을 달의 눈물이라고 불렀다. 달은 모든 문화권에서 여성의 상징이다. 달의 주기가 여성의 월경주기와 동일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은은 마법적인 힘에 속한다. 늑대인간을 죽일 수 있는 것은 은제 총알뿐이다. 이 미신의 핵심은 부자로 태어나면 숙면적인 악령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왜냐하면 부자는 모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상징하기 때문이다. '침묵은 금이고 웅변은 은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금의 가치를 또 한번 드높여 주는 말이지만 실제 색감으로서는 어울리지 않는 말이다. 파랑-흰색-은색은 수동적인 색조이다. 은색은 차가운 느낌을 주며 차가운 색인 흰색, 회색, 파랑과 가까운 색이다. 눈(雪)은 은빛을 내기 때문에 은색은 겨울의 색이다. 우리는 매일 차가운 것을 만날 때마다 은색과 마주한다. 은색은 열을 반사하기 때문에 냉장 보관용 음식은 대체로 은색의 알루미늄에 포장된다. 침묵은 차가운 느낌이다 그렇다면 색감으로 말하면 침묵은 은이다. 은색은 차가운 달빛, 차가운 물, 차가운 이성의 색이다. 은색은 내향적인 색감으로 언제나 거리감을 내보이기 때문에 호감의 가장 차가운 형태인 공손함의 색감이다. 은이 금과 이별을 하고 홀로 설 때 만나는 말 중 가장 빛나는 말은 은빛 파도, 은빛 설원, 은빛 목소리, 은빛 웃음 같은 밝고 깨끗한 말이다. 밝은 정신의 색감으로 은색을 따라가면 학문적인 영리함과 정확함 그리고 늘 한발 물러선 지적인 모습을 만난다. 은색은 오래된 색감임에도 현대적인 색조이다. 은색이 떠올리는 현대적인 개념은 다름 아닌 강철, 알루미늄, 크롬, 니켈, 티타늄, 바나듐 등 현대 기술이 만들어 내는 현대적인 디자인 제품 영향에서 오는 것들이다. 현대의 제품중 은색의 물건들은 대부분 은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은이 아닌 다른 금속을 기술적으로 대체하여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왜 하필 금속의 제품은 은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을까 그 이유는 금과 달리 은은 다른색을 밀쳐내지 않고 그대로 반영해주기 때문이다. 이 은색의 가장 현대적인 종착지는 은색 귀금속 액세서리 디자인이다. 이 디자인은 항공기,자동차등 새로운 속도가 세상을 뒤집는데 결정적 공헌을 한다. 우리가 아름답다고 할 때 쓰는 표현 중 우아하다는 말이 있다. 우아하게 아름답다는 것은 절제의 미를 말할 때 쓴다. 그럴 때 만나는 은은 절제의 색이다. 대체로 금을 좋아하는 사람은 화려함을 과시하는 성격이고 은을 좋아하는 사람은 꾸미기를 싫어하는 사람이다. 금색은 금의 가치를 과시하지만 은색은 사람의 인격적 가치를 강조한다. 나이가 들면 머리카락의 색이 변해간다. 흔히 회색빛 머리카락은 노인의 상징이다. 헌데 이 회색을 치장하면 은색이 된다. 당신도 젊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유혹의 말이 현대 광고 문안에서는 은회색으로 치장하고 나선다. 지금 검게 물들인 내 머리카락 속살에 나이라는 것과 만나는 은색의 사유가 길을 넓히고 있다.
참고 문헌 Eva Heller의 '색이 감정과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서 참고하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