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색이야기

색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는 색은 갈색이라고 한다. 또한 나이가 든 사람일수록 갈색을 싫어 했다. 갈색은 패션에서 많이 사용되는 색인데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니 놀라울 일이다. 요즘 흙색은 어느톤이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목재, 가죽, 양털 등 많은 천연재료의 색인 갈색은 주택환경에서 가장 인기있는 색의 하나이다. 갈색이 색인가? 하는 질문을 이론적으로 놓고 보자면 갈색은 색이 아니다. 갈색은 모든 색의 혼합물일 뿐이다. 빨강과 녹색을 섞어도, 보라와 노랑을 섞어도, 파랑과 주황을 섞어도 갈색이 나온다. 나아가 빨강과 노랑, 파랑을 섞어도 갈색이 나오고 아무색에나 검정을 섞어도 갈색이 나온다. 그러기에 갈색은 색이라고 보기보다 잡탕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의미에서 갈색은 다른 어떤 색과도 구별되는 고유한 상징을 가지고 있다. 갈색은 흉하고 속물적인 색으로 받아 들여져 게으름과 어리석음을 연상시킨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갈색 옷을 즐겨 입는다. 그 이유는 갈색은 모든 색이 뒤섞인 잡탕이어서 모든 색과 모든 경우에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갈색은 어디에나 있지만 색자체로서는 멸시 받고 있다. 갈색이 불러 일으키는 즉흥적인 연상은 때나 똥이나 흙이다. 갈색은 육체와 관련된 부정적인 연상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색이다. 미국에서는 거짓 아첨꾼을 '갈색 코(brownnoser)'라고 하고 영국에서 'I'm browned off'라고 하면 귀찮고 지겹다는 뜻이다. 갈색은 색채의 광채가 모두 사라지고 열정도 없어진 색이다. 보라는 빨강과 파랑의 대립을 연결하기 때문에 가장 신비스런 색이지만 갈색은 빨강과 파랑을 함유하고 있지만 세번째 삼원색 노랑을 함유한 탓으로 모든 것을 모든 것과 연결하는 바로 그 지점에 갈색은 특성을 잃고 잡탕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갈색은 에로틱하지 않는 색이다. 갈색은 어두운 혼합색으로 검정 다음으로 사악한 특성을 나타내는 색이다. 그러기에 갈색은 섞은 것의 색이다. 실제적인 의미에서도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갈색은 부패한 것, 즐길 수 없는 것의 색이다. 자연에서 갈색은 시들고 말라죽은 것의 색, 즉 가을의 색이다. 사물의 나이를 생각할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갈색이다. 나무의 나이테 그리고 종이도 오래되면 누렇게 변하고 결국은 갈색이 된다. 목재와 가죽도 오래될수록 색이 짙어진다. 먼지와 때로 이루어진 갈색 층은 모든 것 위에 쌓인다. 그렇게 창세기 경구가 실현된다 "너는 흙이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다" 갈색은 게으름의 색이다. 게으름은 사형에 처해지는 일곱가지 죄악 가운데 하나이다. 사형에 처하는 다른 죄들이 그렇듯이 게으름은 이기심의 얼굴이다. 게으름은 다른 사람을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는 이기심이다. 그래서 서양의 옛말에는 게으름을 '굼뜬심장'이라고 했다. 갈색은 어리석음의 색이다. 어리석음은 어떤 방식으로든 미화할 수 없기 때문에 가장 흉한 색이 된다. 독일에서 '너는 정말 갈색이다'라는 말은 어리석고 뻔뻔하다는 뜻이다. 성격이 무감각한 사람을 갈색보다 더 잘 특징짓는 색은 없을 것이다. 어리석음의 색조 가운데 갈색은 어리석음 그 자체이며 회색은 무지, 분홍은 천진함, 검정은 무관심을 상징한다. 그런데 갈색은 실내 인테리어의 색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스러운 갈색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갈색은 목재나 건축재료의 시골 분위기를 만드는 재질의 색이다. 갈색은 공간을 좁게 보이게 하지만 아늑한 느낌을 준다. 갈색은 따스한 색이지만 더운 느낌이 없어 이상적인 실내 분위기를 만든다. 갈색이 인테리어의 색으로 안정적일 때는 주황과 노랑 같은 명랑한 색과 만날 때이고 갈색이 검정과 만나면 편협한 색으로 무겁고 음침한 느낌을 준다. 갈색은 맛으로는 가장 강한 맛의 색이다. 그리고 바삭바삭한 색이다. 누룽지나 스테이크나 갓 구워낸 빵이 갈색이다. 갈색은 향으로도 진한 색이며 대표적인 것이 커피이다. 그리고 맥주나 쵸콜릿, 코코아가 있고 달걀도 껍질이 갈색인 것이 맛이 진하다. 갈색은 조리된 음식의 색이다. 하지만 진한 갈색은 진한 맛을 상징하여 높은 칼로리를 가진 음식으로 비춰져 현대의 조리된 음식의 색은 엷은 갈색의 요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갈색은 기본적으로 개성이 없는 색으로 속물적이고 평범한 느낌을 준다. 패션 감각의 심리적 분석에 의하면 갈색의 옷을 좋아하는 사람은 남의 눈길을 끌기보다는 남의 비위를 맞추고 싶어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나아가 갈색은 주위 환경에 비위를 맞출 뿐만 아니라 다른 색의 독자적인 힘도 빼앗아가 갈색 옆에 빨강은 약해지고, 파랑은 명확함을 잃고, 노랑은 광채를 상실한다. "갈색은 어느 것이나 어울리는 중립적인 색이다" 이는 유행을 타는 옷이나  우아한 의상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의 신앙고백과 같은 말이다. 하지만 갈색의 음험함은 어디에도 어울리지 않는데 있다. 패션잡지를 보면 고귀한 빨강, 고귀한 검정, 고귀한 흰색이란 표현이 자주 등장하지만 고귀한 갈색이란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 왕족의 옷으로 갈색이 한번도 등장한 적이 없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갈색은 과거의 색이기 때문에 유행에 뒤진 느낌을 준다. 하지만 유행이란 반복되는 모순 덩어리이므로 유행에 뒤진 느낌이란 것은 옷이라는 유행에서 어쩌면 큰 의미가 없다고 본다. 머리카락이 갈색일 경우 대개 염색을 하지 않는다. 갈색은 자연의 색으로 자연스럽게 보일려는 다른 인공의 물질에 오히려 염색을 한다. 하지만 아무리 갈색의 염색을 해도 균질한 염색 탓으로 인공소재는 쉽게 드러난다. 공원의 인공목재의 벤취나 기타 다른 인공물질이 자연으로 위장된 것이 감춰지지 않는 것은 자연의 갈색은 절대로 균질한 갈색을 이루고 있지 않고 밝고 어두운 명도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밝은 갈색을 가르키는 프랑스어 베이지(beige)는 원래 거칠다는 뜻이다. 그래서 여가 복장에서 가장 두드러지고 이상적인 색이 갈색이다. 예민하지 않는 물건을 보면 '튼튼하다'라고 말하는데 '튼튼하다'는 말은 '빨강 띤 갈색(rotbraun)'에서 나온 말이다. 빨강 갈색보다 더 튼튼한 색이 있을까... 갈색은 가난한자의 색이다. 청빈을 뜻하는 수도사들의 대부분의 복장은 갈색이었다. 전통적으로 서양에선 갈색이 수백년 동안 상복의 색이었다. 상복이 검정색에게 밀려난 탓은 순전히 경제적인 이유에서이다 .갈색의 상복은 염색을 해야하는데 옛날엔 갈색으로 염색된 직물이 비쌌기 때문이다. 종교적인 의미로 기독교의 상장체계에서 갈색은 겸손을 뜻한다. 갈색은 옛 상징에서 여성의 색이다. 갈색은 땅이다, 땅은 여자를 뜻한다, 그러기에 갈색은 출산의 색이다. 우린 땅을 밟지 않고는 살 수가 없으며 우리가 결국 돌아가는 곳 또한 땅이다. 갈색은 인기는 없어도 어디에나 있다. 이 땅에 인기는 없어도 어머니는 어디에나 있고 그 어머니는 강하다. 그런 어머니에게 헌정하는 색은 빨강 띤 갈색이다. 이 세상에서 빨강 띤 갈색보다 튼튼하고 강한 것은 없다. 오늘 황톳길 그 진한 향수의 세상에서 나는 나의 어머니를 만난다.

참고 문헌 Eva Heller의 '색이 감정과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서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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