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 오대산

사진 / 오대산 소나무 숲 

숲을 들어 간다는 말 보다 숲으로 돌아간다고 하는 말이 정확한 말일 것이다. 이말의 참뜻은 사람은 자연을 찾아 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인공의 삶에서 자연의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인공의 길을 버리고 들어선 오대산 그곳에는 물과 빛과 나무와 풀이 어우러진 시간의 동굴이 있다. 숲은 문명과 상처의 삶에서 그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 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잃어버린 낙원이다. 그러기에 숲은 문명의 삶이 아니라 야생의 삶이다. 우리는 야생을 거칠게 보는 경향이 깊지만 야생의 삶이란 거친 삶이 아니라 온전한 삶이다. 숲으로 돌아가면 사람은 순수해지고 경건해지기 때문이다. 숲에서 보여지는 모든 것은 벌거숭이로 존재한다. 숲은 사람을 자연 즉 스스로 되어 지도록 길들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숲으로 돌아가 서면 시간을 초월한 단순 명료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숲에는 생성과 소멸의 몸짓들이 소리없이 나를 아우르기 때문이다. 숲길을 걸으면 비록 삶이 불안하고 가난했지만 순수한 옛날 사람들의 삶의 몫을 지금으로 불러와 나눌 수 있다. 때론 모나기도 하고 때론 거칠기도 하지만 맘 편한 이웃이 되어주고, 연인이 되어 품어주는 옛사람의 삶을 만나는 숲길 그러기에 숲길을 걸으면 텅빈 길 맞은 편에 사라진 세월이 마주하고 선다. 숲길은 걸으면서 보는 길이며 추억하는 곳이다. 숲길은 내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추억을 자연과 내밀한 관계로 만든다. 밟지 않은 내 앞의 길과 지나간 발자국을 위로하는 것은 흔적없이 나와 함께 가는 바람뿐이기 때문이다. 지금 숲과 내가 운명을 같이 하는 것은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천둥과 비바람을 피하지 않고 서 있는 길섶의 나무와 같은 자연의 일부로서의 사람이라는 한 종 일뿐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숲길 잃어버린 나의 과거를 새롭게 꿈꿀 수 있는 숲길, 숲길은 과거의 사람들과 똑 같은 방식으로 나를 꿈꿀 수가 있다. 어둠이 짙은 숲에 서면 어둠을 잃어버린 도시에 길들여진 내가 부끄러워진다. 숲의 어둠은 공포가 없는 빛을 만들고 꽃을 낳는다. 어둠은 나와 세상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하고 빛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그래서 숲에서 만나는 어둠은 생명의 빛이요, 희망이다. 숲을 놓고 나는 많은 말을 하고 있다. 구름과 바람, 한그루 나무, 풀 한 포기, 한송이 꽃을 어떻게 간단한 몇마디 옮겨 놓을 수 있겠는가 말로 표현되는 것은 보는 대상의 나의 관념일 뿐이다. 준엄한 숲의 한마디...그것을 깨달았다면 말을 삼가하라! 오대산의 차고 맑은 숲의 기운을 받으며 피고 지는 들꽃처럼 나도 순수하게 피어나 자라고 싶다. 이 깊은 숲 속에서 나도 이 숲의 깊이 만큼의 속 깊은 사람이 되고 싶다. 고독하지만 겸손하고 소박한 내가 되기 위해 오늘 다시 한번 나를 추스린다. 

*오대산은 평창군 진부면에 소재한 1563m 높이의 계곡이 깊은 산이다. 월정사, 상원사, 북대사 등 많은 고찰을 품고 있고 주목, 자작나무, 전나무, 소나무 등 많은 수종을 가진 숲을 지니고 있다. 특히 비로봉에서 상왕봉 구간의 숲길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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