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 불명산 화암사
- 여행이야기
- 2017. 11. 23. 11:13
사진 / 화암사 우화루
움츠린 내몸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바람에 씻기듯 털어내며 모처럼 많은 걸음을 걷는다. 길은 잘 다듬어져 있고 제법 호젓한 느낌이다. 걸음이 가볍다. 이런 길에서는 말이란 공허한 것이다. 그냥 침묵할 뿐이다. 이 침묵을 깨는 소리 하나 들려온다. 이름 모를 새 한마리다, 하지만 그 지저귐은 하나의 감동이다. 이 낯모른 새는 상상과 환영으로 흐르는 사색 속으로 나를 끌어 간다. 하여 지금 내가 보는 사물들과 내 기분은 하나가 된다. 눈은 맑아지고 하찮다고 여기던 것들이 소중함으로 다가선다. 그러기에 이 땅의 진정한 시인은 이들 낯모른 새이다. 그런 걸음을 식히는 바람 몇자락이 스치고 간다. 그리고 길은 골짜기로 파고든다. 하늘을 질겅거리며 곡절을 삭히며 사는 지친 발걸음들을 위해 만들어 놓았을 길을 말이다. 산길은 어둡고 골은 갈기 갈기 찢어져 폭포는 바위 깃을 세우고 그곳을 걷는 나는 스스로 부서지는 가슴이 된다. 골이 깊을수록 마음은 갈기를 찾아 가닥을 잡고 삽질을 한다. 아직도 자기 중심적 욕심을 놓지 못하고 사는 나를... 화암사 가는 길은 한 마디로 요새로 가는 길과 같다. 대낮에도 침침한 숲 터널을 지나고 음 습한 계곡을 지나고 철계단을 몇번씩 지나야 한다. 화암사는 때 묻지 않는 순수함을 가지고 있는 몇 안되는 절이다.
*불명산 화암사는 전북 완주군 경천면 가천리에 있다. 화암사는 신라 문무왕(661-680)때에 창건 되었다고 전해 온다. 국내 유일의 하앙식 구조로 지어 최근 보물에서 국보로 승격한 극락전이 있다. 일본이 불교를 우리나라를 거치지 않고 중국에서 직접 들여왔다는 주장이 우리나라에는 하앙구조식 건물이 없고 일본에서는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으나 이 화암사 극락전이 하앙식 구조라는 사실이 1976년 학계에 알려지면서 일본이 우리나라를 거쳐 불교를 받아 들였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하여 학계에서는 해방후 건조물 문화재의 최대 발견이라고 말한다. 극락전 앞에는 보물 662호인 다락집 형태의 특이한 구조의 우화루도 있다. 화암사는 완주군 고산면 고산터미널에서 화암사 가는 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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