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 내소사

사진 / 내소사 대웅전 창살 문양 

가을 햇살이 밀고 오는 사람들의 꼬리를 나는 쫓는다. 그 쫓는 꼬리들 사이 사이로 가슴 속 연필로 쓴 그리운 것들이 아련하다. 연필이란 것은 한번 쓰고 난 생을 지울 수 없다는 세상 두려움에서 나를 잠시 비켜 세우게 한다. 사람의 생을 지워 버리고 다시 고쳐 쓸 수 있다면 용서 받지 못할 일, 용서 하지 못할 일 서로에게 잘못 간 길을 지워 고쳐 걷게 해주는 일 그런 일을 위해서 연필은 필요한 것 이리라. 길과 나무와 사람들 사이로 뿜어내는 호흡들 풍경을 만든다. 사람이 살다 보면 어떤 큰 것들이 구원해주는 것 보다 작고 하찮은 것들일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이렇게 여유로운 길은 사람을 즐겁게 하고, 그립게 하고, 기쁘게 하고, 충만한 삶을 만든다. 하여 절로 가는 길은 얻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것이고 채우는 것이 아니라 비우는 것이고 성취하는 것이 아니라 투신하는 행위이다. 느린 걸음은 삶을 충만하게 한다. 천천히 걸으면 다가서는 풍경만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서도 가깝게 다가 선다. 그렇게 사람의 삶을 그리워하며 걷게 한다. 

 *내소사 대웅전엔 아름다운 창살 문양이 참으로 많다. 버스는 부안 터미널에 가면 수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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