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이야기

회색은 어감에서 부터 특성이 없는 색이다. 조사에 의하면 남자 회색을 좋아하는 것 보다 싫어하는 것이 많다고 한다. 회색을 좋아하는 여자는 없었으며 대체로 싫어하는 색으로 꼽았다. 나이가 많을수록 회색을 싫어해 20대는 10%가 50대는 20%가 싫어하는 색으로 회색을 꼽았다. 회색하면 떠오르는 것은 힘이 없는 색, 고귀한 흰색이 더럽혀진 색 강렬한 검정이 약화된 색감을 떠올린다. 이처럼 회색은 황금의 중용이 아닌 이도저도 아닌 색감이다. 회색은 미화되지 않는 노령의 색인 것이다. 회색은 늘 자신을 주위에 맞춘다..사람도 늙어지면 그러하다. 회색이 얼마나 밝고 어두운지의 결정은 회색 자체라기보다 주변의 색이 결정한다. 예를 들어 불친절을 연상시키며 색을 묻는 설문 조사에서 회색의 색채 샘플로 밝은 회색을 제시하면 많은 사람들은 검정이나 어두운 파랑을 선택한다. 색채 샘플을 제시하지 않고 같은 질문을 하면 회색을 선택한다. 이렇듯 회색은 늘 주변부에 의해 자신의 색감이 결정되어 지는 특성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회색의 설문 조사에서 떠오르는 단어로 나이, 중간기, 권태가 등장한다. 회색을 가지고 사람들에게 색감이 어떠냐고 물으면 사람들은 색이 아니라 색과 결부된 감정을 생각한다는 답이 많다. 그렇다면 회색은 색인가 아닌가하는 물음이 있을 수 있다. 회색은 이론적으로 검정과 흰색처럼 무채색이지만 심리적으로는 가장 파악하기 어려운 색이다. 회색은 남성적이라 하기엔 너무 약하고 여성적이라고 하기엔 너무 위협적이다. 회색은 따뜻한 색도 차가운 색도 아니다. 회색은 정신적이지도 물질적이지도 않다. 회색은 모든 결정과 단정을 벗어나서 모호하고 특성이 없는 색이다. 괴테의 파우스트에는 4명의 회색여자가 등장한다. 파우스트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네명의 회색 여인은 근심, 결핍, 죄, 곤경이다. 이처럼 회색은 삶의 기쁨을 파괴하는 비참한 색이다. 실업률이 높은 지역을 "회색지역"이라 표현하고 "회색머리가 자라도록 하지 말라"는 서양 속담은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이런 회색과 가장 대립적인 색은 노랑과 주황이다. 노랑과 주황은 삶의 빛과 즐거움을 나타내 주는 색이다. 회색은 우울한 감정의 권태와 고독과 공허함을 뿌려대는 색이다. 비, 안개, 구름과 그림자는 회색이다. 태양이 빛나지 않으면 하늘도 바다도 회색이다. 물은 빛을 받을 때에만 파랑으로 보인다. 태양이 없으면 산도 회색으로 보인다. 회색은 추위와 겨울의 색이다. 회색과 검정과 갈색은 거부의 색조이며 불쾌감과 나쁜 것의 색조이다. 고독하다는 것은 심사 숙고한다는 의미를 지닌다. 이 심사숙고의 색은 이론의 색이다. 이성은 머릿속에 있는 회색의 뇌안에 자리잡고 있다. 파랑과 흰색과 회색의 색조는 학문과 객관성을 나타내는데. 회색이 보여주는 가장 긍정적일 때의 모습이다. 더불어 노랑-분홍-갈색이 나타나는 곳에 회색이 따르면 가장 부정적인 모습이다회색의 그림자는 연기처럼 손에 잡히지 않는 무엇이다. 사람에게 쉽게 인식되어지지 않는 것은 혐오의 대상이다. 회색은 예도 아니오도 아니다 그러기에 감정이 없다. 그러기에 회색의 감정은 잔혹하다. "밤에는 모든 고양이가 회색이다"는 말이 있다. 아무도 모르는 범죄는 처벌할 수 없다는 뜻이다. 회색영역, 회색시장, 회색 왕 등의 낱말은 은밀함을 뜻한다. 밤에 활동하는 동물들은 대체로 회색이 많다. 그것은 회색은 밤의 보호색을 떠나 쉽게 눈에 띄지 않는 색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회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이론상으로 보면 폐쇄적이고 내향적고 잔혹한 인물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으로 단정짓기 이전에 그사람이 처한 상황을 먼저 인식해야한다. 슬픔에 잠기면 대체로 회색 선호도가 매우 높다. 이유는 슬프면 밝은 것이 싫기 때문이다. 회색은 슬픔의 표현이지 성격의 표현은 아니기 때문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 막스뤼셔는 다음과 같은 색채 심리 테스트를 발표한바 있다. 1948년에 발표한 것을 간추려보면 다음과 같다. 빨강은 적극성과 역동성,열정을 상징한다. 파랑은 조화와 만족을 상징한다. 녹색은 관찰력과 고집을 상징한다. 노랑은 낙관주의와 진취력을 상징한다. 보라는 허영과 자아중심적인 태도를 상징한다. 갈색은 육체적인 욕구, 감각적인 특성과 게으름을 상징한다. 회색은 중립을 상징한다. 검정은 부정과 공격성을 상징한다. 회색은 머리카락의 색깔에 따라 노년을 의미한다. 그런 의미로 해석하면 회색은 경험이 많은, 존경할 만한, 현명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주변이 회색이면 때를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먼 여행길에서 돌아온 후 피곤하여 잠깐 눈을 붙이고 깨어 났을 때 사방이 어둑하면 아침인지 저녁인지 구분이 잘 안될 때가 있다. 이처럼 태초에 세상은 회색빛이었을 것이다. 창조주는 우선 빛과 어둠을 분리하고 낮과 밤을 창조했다. 회색은 알 수 없는 먼 것, 하지만 그리움을 느끼지는 않는 것이다. 회색은 어찌보면 중요하지 않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회색은 겸손을 뜻하며 가난을, 고난을 뜻한다. 이런 맥락을 따라 종교적인 의미로 회색의 옷은 최상의 청빈을 뜻한다. 회색은 때를 잘타지 않느다 그래서 작업복의 색으로 많이 등장한다. 회색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고전적 신사복이다. 여름에 입는 밝은 회색 옷, 겨울에 입는 어두운 회색의 옷이다. 고지식하며 눈에 잘 띄지 않는 절제의 옷이다. 회색은 현대의 색조로는 지극히 부정적이지만 괴테는 그의 색채론에서 모든 색의 합은 회색이다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따르면 색의 출발은 흰색이 아니라 회색이라고 한다. 현대에서 회색은 색의 종말을 뜻하지만 고전적인 의미의 회색은 창조이다. 이런 회색이 싫지 만은 않는 요즈음의 나는 무엇 때문일까?

참고 문헌 Eva Heller의 '색이 감정과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서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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