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 장성 축령산
- 여행이야기
- 2017. 11. 25. 11:27
사진 / 장성 축령산 삼나무, 편백나무 숲길
너무나도 그립고, 너무나도 서러울 때 숲을 찾을 일이다. 그런 날에 찾는 숲에서는 토해낸 서러움이 저절로 훌쩍 자라나 바람을 타고 멀리 사라진다. 그리고 그 서러움은 나무가 된다. 그렇게 인내하며 자라는 나무는 그 속을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는다. 한칸 한칸 나무가 끌어 않은 삶들이 기록을 새기며 굵고 굵은 줄기를 만들고, 뿌리를 만들고 그리고 어느 누가 기대어도 좋을 품을 만든다. 그 품들 하나,둘 모여 너르고, 너른 숲을 만든다. 그런 숲은 고요를 만든다. 고요한 숲에 서면 무언가 알 수 없는 존재감이 있다. 무서움의 일종인 고요는 들끓는 마음을 아우르고 뒤틀린 마음을 곧 세우고 상처난 것들을 어루만져 준다. 몸과 맘이 탈이나 너무나도 외롭고, 쓸쓸할 때 그런 날엔 숲을 찾을 일이다. 토닥토닥 쓸어내려 주는 숲을.. 하여 숲은 늘 맑고 깊다.
*축령산 숲은 내 유년의 한때에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조림왕 故 임종국 선생이 80여만주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어 만든 숲이다. 故 임종국 선생은 선친과 교분이 두터워 중학생 시절 나는 그분의 묘목농장에 갈 기회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그분은 머리를 쓰다듬어 주시면서 복숭아나무, 대추나무 등을 스스로 심어 보라고 몇십주를 주시곤 했다. 심자마자 그 나무들은 누군가 다 캐어가 버렸지만... 그분은 평생을 자기 사유림이 아닌 국유림에 쉴새없이 나무를 심으셨다. 그 배고픈 시절 힘들여서 가꾼 이 숲도 결국엔 빚더미에 넘어가 베어질 뻔 했지만 다행히 국가에서 이 숲의 가치와 중요성을 인식하여 벌목을 막고 국유림으로 사들여 휴양림으로 조성하여 가꾸어 가고 있다. 지금 우리는 이 귀중한 숲에서 행복을 만끽할 수 있지만 그분은 87년 작은 월세방에서 쓸쓸히 세상을 떠나셨다. 그렇지만 지금 장성지역 곳곳에 그분의 조림으로 만들어진 숲이 세상을 곧게 세우고, 맑은 정기를 세상에 내 뿜어 한 사람의 평생을 바친 손길이 높다랗게 자라 이곳을 더듬어 가는 모든 이의 가슴에 푸르름을 물들여 가고 있다. 이 숲길은 장성군 서삼면 추암리 추암관광농원에서 장성군 북일면 문암리 금곡까지 6km 가량되며 느긋하게 걸어서 1시간 30여 분이면 족하다. 금곡에는 영화마을이 계속하여 걸으면 이웃하여 단풍나무 숲으로 유명한 고창 문수사가 산길로 연결되어 있다. 장성 축령산 삼나무, 편백나무 숲은 생명의 숲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21세기를 위해 보존해야 할 아름다운 숲 부문에서 우수상을 받았을 정도로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빼어난 숲이다. 또한 편백나무로 이루어진 이 숲은 다른 수종의 숲보다 피톤치트를 가장 많이 발생시킨다고 알려져 있다. 계절에 관계없이 어느 누구와도 마음을 주고 받으며 걸을 수 있는 아름다운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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