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개암사 대웅보전(보물262호)
멀리 있을 때 비로소 잘 보이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은 언제나 제자리에 그것도 늘 곁에 있다. 그런데 나는 늘 그것을 무시해 왔다. 무시하는 이유는 단 하나 항상 그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새로운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사는 것이다. 개는 주위에 움직이는 것이 없으면 꾸벅꾸벅 존다. 하지만 뭔가 주위에서 움직이는 것이 있으면 즉각 반응을 보인다. 그것이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 한 잎이라도.. 이것이 지금 나의 마음이다. 나는 변화하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인다. 변화가 없으면 내 마음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것이다. 그 졸음 뒤에 더불어 꾸벅이는 내 사랑의 걸음들을 잊어 버리는 것이다. 기지개 한번에 언뜻 들어오는 저 멀리 있는 것들.. 어머니 무덤가 불어 오는 낮고 낮은 바람처럼 별들 쏟아 놓고 꽃처럼 더 피우고 싶은 내 길에서 늘 내일이라는 말에 얹어 놓은 무거운 삶들이 가지런하고 선명하다. 나는 원초적 인간으로 짐지고 살아야 했던 고독하고 눈물겨운 삶들을 멀리 서야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멀리 서야 보이는 풍경을 마주하고 싶을 때 개암사를 찾을 일이다.
*개암사는 전라북도 부안군 상서면 감교리에 위치하고 있다. 634년(무왕 35) 묘련(妙蓮)이 창건한 백제의 고찰이다. 개암사 가는 버스는 부안버스터미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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