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라이야기

내가 즐겨 입는 검정색 옷은 아직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이가 40줄을 넘어서자 예전에 무척이나 꺼리던 자연색 계열의 옷을 가끔씩 입는다. 이것은 나에게 있어서는 커다란 변화이다. 또 하나는 옷으로 입진 못하지만 보라색 계열의 꽃을 무척이나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요즈음 내가 가장 즐겨하는 일인 야생화 탐사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 보라색 계열이 많은 탓도 있지만 분명한 것은 내가 예전에는 이 보라색을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보라색 계열은 혼합된 감정의 색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좋아하는 사람보다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특히나 여자가 남자보다 더 싫어한다고 한다. 보라색은 빨강과 파랑의 혼합이다. 여기에 흰색이 가미되면 연보라색이 된다. 그러기에 보라는 남성적 색채인 파랑과 여성적인 색채인 빨강의 혼합된 색감으로 남성적인 것과 여성적인 것이 뒤섞인 색감이다. 보라색이 종교적인 의미로 쓰일 땐 성직자를 뜻한다. purple은 사전적 의미로 자주빛을 뜻하며 추기경이나 고관의 지위를 뜻한다. 사실 보라색을 자연에서 찾으려면 꽃을 제외하곤 찾기가 힘들다. 그만큼 보라는 흔한 색이 아니다 그러므로 권위를 뜻한다. 권위는 필연적으로 폭력을 낳는다 그래서 보라는 폭력의 상징이기도 하다. 보라색에 왜 이런 상징적 의미가 붙게 되었는지를 따라가면 바로 violet purple이라는 색의 옷을 입는 고대 지배자들 탓이다. 영어나 불어의 violet(violette)은 보라를 나타내는 동시에 제비꽃을 통칭하는 viola에서 따온 이름이기도 하다.이 보라의 어원을 따라가면 폭력과 유사한 어원에 다다른다. 보라색은 종교와 밀접하다. 종교적 색채가 강한 보라는 고귀함을 뜻하며 참회를 뜻한다. 구약 성서에 purple은 가장 비싼 색이라고 씌어 있다. 그리하여 보라색은 경건함을 뜻한다. 세속의 권력을 뜻하는 것은 검정색이다. 하지만 종교적인 권력은 세속을 닮아선 안된다. 그러기에 나타난 색이 보라색이다. 종교적인 의미의 보라는 권력이다. 종교의 권력은 고귀함이다. 고귀한 종교는 필연으로 참회가 따라야 한다. 그런대 보라색 옷을 입으면 종교적 의미인 겸손이나 참화와는 다르게 자유분방한 느낌이 강하다. 보라색 옷은 흔히 멋쟁이 옷이라고 한다. 입어서 소화하기 힘든 옷이기도하다. 그래서 보라색은 고귀함과 천박함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보라색은 종교적 의미와 반대로 세속적 의미로 가장 아름다운 죄의 색이다. violet을 의미하는 것은 대부분 여자 이름이며 꽃이름이다. 그러므로 보라는 여성의 색이다. 나아가 혀영의 색이다. 지금 시대는 허영이 커다란 죄악은 아니다. 하지만 예전엔 7대 죄악중 하나로 설교의 중요한 주제였다고 한다. 허영이 어디서 부터가 허영인지 구분키 어렵지만 허영은 달콤한 죄이다. 보라는 분명 독창적인 색감이다. 더불어 남과 조화되기에 부자유스러운 색이다. 보라는 현실적인 색감이 되기 어렵기에 정신적인 방황을 의미하기도 한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삶을 뒤적이면 겸손한 참회가 매일의 일상에 다가선다. 뭐니 뭐니해도 보라색을 좋아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세상에 섞여 사는 법을 깨우쳐 간다는데 있을 것이다. 나아가 여기 저기 눈치 볼 필요없이 나만의 길을 가고져 한다는 것이다. 그 소망이 뿌려지는 곳에 가을 제비꽃 하나 굳세다.

참고 문헌 Eva Heller의 '색이 감정과 이성에 영향을 미치는 방식'에서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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