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침이면 임씨상회에 갔습니다. 소주 반병을 사러, 매일 갔습니다. 그러면 아버진 딱 두잔을... 긴 대파와 함께 볶아지는 불고기에 반주를 하시고 식사를 하셨습니다. 그것도 하루도 거르지 않으시고.... 내 유년의 저편을 가로 질러 가는 빛바랜 흑백사진에 이 세상을 다 가진듯 근엄한 나의 아버지가 갈색이 되어버린 사진에서 오늘 살아나셨습니다. 면도를 하다 거울을 보니 거울 속에 또 다른 내가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어쩌면 이리도 닮았을까. 걸음걸이도, 생김새도, 목소리도 나는 아버지 닮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늘 근엄한 아버지, 말 붙이기 어려운 아버지 상과 벌도 항상 논리적으로... 나는 아버지 앞에만 서면 주눅이 들었습니다. 너무나 위대해 보여 감히 접근을 할 수 없던 아버지 그 아버지가 지금 살아 나신 것입니다. 나를 너무나 어려워 하는 주변을 보면서 어쩌면 이렇게 닮아 가는 것일까? 좀 더 자상하게 격려해주고 그냥 듣고 보아주는 내가 되기를 원했지만 세월이 갈수록 경직되고 원칙만을 중시하고 웃음을 잃어 가는 것일까? 이것도 유전인가, 천성인가 오늘 아침 하얀 새치 까지도 닮은 나를 보면서 나를 추스려 봅니다. 좀 더 사람 냄새가 진동하는 내가 되고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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